최성일/도서평론가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친절한 여행책
최정규 지음. 열번째행성 펴냄. 2005년 <친절한 여행책>을 나침반 삼아 인천지역 당일치기 나들이에 나선다. 내 고장 여행의 길잡이는 6월의 두 번째 꼭지 ‘이색 문화 가득한 부천, 인천 당일 여행’편이다. 첫 행선지로 제시된 부천의 미니어처 테마 공원은 건너뛴다. 나 혼자 눈요기를 하기에는 입장료가 부담스럽다. 부평종합서점 앞의 ‘부평역’ 정류장에서 558번 마을버스 기사에게 그곳까지의 소요 시간을 알아본다. 20분 가량 걸린다. 이 책의 부천, 인천 당일 여행은 자가용 승용차를 이동수단으로 하여 짜여 있으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알뜰 관광을 해보련다. 전철을 타고 동인천으로 이동한다. 책에는 인천역 앞으로 먼저 가게 돼 있지만 내 나름의 응용이다. 지하도를 겸하는 지하상가로 내려서는데 청춘 남녀가 월미도 방면 버스 정류장을 묻길래, 자유공원을 거쳐 차이나타운을 경유해 인천역에서 버스를 타는 것도 좋을 거라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내가 그럴 생각이다. 자유공원으로 향하는 길을 오른다. 이게 얼마 만인가. 10년은 넉넉히 된 것 같다. 10분이 채 안 돼 공원 들머리 왼편의 홍예문이 여전한 자태로 나를 반긴다. 홍예문과 회포를 푸는 것도 잠시, 이내 불청객이 눈에 들어온다. 전경 버스다. 오늘 무슨 집회라도 있나. 방패를 받쳐 짚고 있는 전경에게 물으니 늘 그런단다. 공원 가까이 전경 버스가 석 대나 더 있다. 과장하면 공원은 전경 반, 일반인 반이다. 이렇게 된 사연은 공원 난간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에서 쉽게 읽힌다. 정작 내 눈길을 끈 것은 맥아더 동상 세척 공사를 알리는 친환경 전문업체의 현수막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제멋대로 여정을 생략하고 뒤바꾼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여행플래너의 조언을 따라 월미관광홍보관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지만 끝내 못찾았다. 관광홍보관으로 쓰였던 구일본 제일은행 인천지점은 책이 나오기 두 달 전부터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대신, 제2패루 옆 한중문화관 1층 안내대에서 상세한 차이나타운 지도를 구할 수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차이나타운을 둘러본다. 텔레비전 연속극 ‘육남매’에 나왔다는 붉은색 나무집은 서부극에 등장하는 주막 같다. 해안천주교성당의 성모마리아상은 책에 실린 사진과 달리 건물에서 벗어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중국다과점 복래춘에서 전통 중국빵 월병 한 봉지를 사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참 친절하다. 복래춘의 월병은 두 가지다. 그 중 채소와 견과류를 넣은 것을 ‘팔보’(8가지 보배)라 한다. 또 주말에는 월병과 공갈빵이 잘 나간다고 귀띔한다. 중국음식점 태림봉에서는 시간에 쫓겨 친절을 느낄 겨를 없이 자장면 한 그릇을 비운다.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는 2, 15, 23, 45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영종도로 가는 배 안에서 팥으로 속을 넣은 월병을 먹는다. 아주 맛있다. 해수탕은 영종 부두에서 그리 멀지 않다. 해수탕 셔틀버스가 배 닿는 시간에 맞춰 다닌다. 해수 목욕을 하고 나니 차이나타운에서 쌓인 피로가 풀린다. 기상대에 문의한 11월 중순 인천의 일몰 시간에 맞추려면 용궁사 방문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다. 해수탕 셔틀버스로 인천 공항까지 간 다음, 3층 2번 버스 승강장에서 306번(또는 301번)을 타고 을왕리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을왕리는 13년 전, 복학생이 주축이 된 철딱서니 없는 4학년 2학기 모꼬지의 일원으로 와 보고 두 번째다. 해변은 예전 그대로이나 그 주변은 상전벽해다. 중요한 정보가 시의성이 약간 떨어진 점은 아쉬워도 이 책의 마음씀은 나무랄 데가 없다. 이 책을 나침반 삼아 가족 나들이를 제대로 한번 해야겠다.
최정규 지음. 열번째행성 펴냄. 2005년 <친절한 여행책>을 나침반 삼아 인천지역 당일치기 나들이에 나선다. 내 고장 여행의 길잡이는 6월의 두 번째 꼭지 ‘이색 문화 가득한 부천, 인천 당일 여행’편이다. 첫 행선지로 제시된 부천의 미니어처 테마 공원은 건너뛴다. 나 혼자 눈요기를 하기에는 입장료가 부담스럽다. 부평종합서점 앞의 ‘부평역’ 정류장에서 558번 마을버스 기사에게 그곳까지의 소요 시간을 알아본다. 20분 가량 걸린다. 이 책의 부천, 인천 당일 여행은 자가용 승용차를 이동수단으로 하여 짜여 있으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알뜰 관광을 해보련다. 전철을 타고 동인천으로 이동한다. 책에는 인천역 앞으로 먼저 가게 돼 있지만 내 나름의 응용이다. 지하도를 겸하는 지하상가로 내려서는데 청춘 남녀가 월미도 방면 버스 정류장을 묻길래, 자유공원을 거쳐 차이나타운을 경유해 인천역에서 버스를 타는 것도 좋을 거라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내가 그럴 생각이다. 자유공원으로 향하는 길을 오른다. 이게 얼마 만인가. 10년은 넉넉히 된 것 같다. 10분이 채 안 돼 공원 들머리 왼편의 홍예문이 여전한 자태로 나를 반긴다. 홍예문과 회포를 푸는 것도 잠시, 이내 불청객이 눈에 들어온다. 전경 버스다. 오늘 무슨 집회라도 있나. 방패를 받쳐 짚고 있는 전경에게 물으니 늘 그런단다. 공원 가까이 전경 버스가 석 대나 더 있다. 과장하면 공원은 전경 반, 일반인 반이다. 이렇게 된 사연은 공원 난간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에서 쉽게 읽힌다. 정작 내 눈길을 끈 것은 맥아더 동상 세척 공사를 알리는 친환경 전문업체의 현수막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제멋대로 여정을 생략하고 뒤바꾼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여행플래너의 조언을 따라 월미관광홍보관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지만 끝내 못찾았다. 관광홍보관으로 쓰였던 구일본 제일은행 인천지점은 책이 나오기 두 달 전부터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대신, 제2패루 옆 한중문화관 1층 안내대에서 상세한 차이나타운 지도를 구할 수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차이나타운을 둘러본다. 텔레비전 연속극 ‘육남매’에 나왔다는 붉은색 나무집은 서부극에 등장하는 주막 같다. 해안천주교성당의 성모마리아상은 책에 실린 사진과 달리 건물에서 벗어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중국다과점 복래춘에서 전통 중국빵 월병 한 봉지를 사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참 친절하다. 복래춘의 월병은 두 가지다. 그 중 채소와 견과류를 넣은 것을 ‘팔보’(8가지 보배)라 한다. 또 주말에는 월병과 공갈빵이 잘 나간다고 귀띔한다. 중국음식점 태림봉에서는 시간에 쫓겨 친절을 느낄 겨를 없이 자장면 한 그릇을 비운다.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는 2, 15, 23, 45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영종도로 가는 배 안에서 팥으로 속을 넣은 월병을 먹는다. 아주 맛있다. 해수탕은 영종 부두에서 그리 멀지 않다. 해수탕 셔틀버스가 배 닿는 시간에 맞춰 다닌다. 해수 목욕을 하고 나니 차이나타운에서 쌓인 피로가 풀린다. 기상대에 문의한 11월 중순 인천의 일몰 시간에 맞추려면 용궁사 방문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다. 해수탕 셔틀버스로 인천 공항까지 간 다음, 3층 2번 버스 승강장에서 306번(또는 301번)을 타고 을왕리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을왕리는 13년 전, 복학생이 주축이 된 철딱서니 없는 4학년 2학기 모꼬지의 일원으로 와 보고 두 번째다. 해변은 예전 그대로이나 그 주변은 상전벽해다. 중요한 정보가 시의성이 약간 떨어진 점은 아쉬워도 이 책의 마음씀은 나무랄 데가 없다. 이 책을 나침반 삼아 가족 나들이를 제대로 한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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