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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떻게 그렇게 잘 써요? 글도 마음도

등록 2017-07-27 18:48수정 2017-07-27 19:01

잠깐 독서
걱정 말고 다녀와-켄 로치에게
김현 지음, 이부록 그림/알마·1만4000원

기온이 체온에 육박하는 한여름에야 깨닫는다. 사람이 이렇게 뜨거운 존재라는 것.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의 작품이 꼭 그렇다. 1936년생인 이 거장은 노동자, 빈민, 방랑자, 여성 등 ‘작은 취급을 받은’ 이들의 삶을 열렬히 다뤄왔다.

<걱정 말고 다녀와>는 1980년생 시인 김현이 켄 로치의 삶과 영화를 핏줄 삼아 쓴 첫 산문집이다. 2009년 등단해 2014년 시집 <글로리홀>을 펴낸 지 3년 만에 내놓은 이 책에서 노동자, 인권활동가, 영화감독이기도 한 김현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가족, 성정체성 같은 개인사부터 열정을 착취당하는 청년, 집 한칸 갖기 어려운 주택난민이 된 청년의 삶과 지난 겨울 촛불광장 등 사회문제까지 20개의 글이 담겼다. 각각에 켄 로치의 영화가 반영되거나 발언이 인용되는 형식이다.

김현은 성소수자 차별 반대운동에 함께하고 지난해부터 분출한 ‘문단 내 여성 혐오’를 앞장서 증언해왔다. 김현을 찾는 독자들은 그가 글만큼 마음을 잘 쓰기 때문에 읽는다. 그는 문장이라는 양식(‘빵’)과 새로운 정신이라는 아름다움(‘장미’)을 함께 준다. 그는 “공동체는 대개 완전한 원(○) 모양으로 형상화되곤 하지만, 내게 공동체는 불완전한 원(C) 모양이다. 불완전해서 열려 있는 공동체”라고 쓴다. 자본가, 남성 주류의 ‘갇힌’ 힘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이성애? 그건 일반적인 게 아니라 흔한 사랑일 뿐이라고.

“우리의 삶이 착취당하지 않기를/ 가슴도 몸만큼 허기집니다. (…) 그들의 고된 영혼도 알고 있죠/ 우리는 빵을 위해 싸우지만/ 장미를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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