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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성들에게 ‘아름다운 남자’ 데려오게 해봤더니…”

등록 2017-07-26 19:33수정 2017-07-31 15:24

【짬】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펴낸 현경 교수

지난 24일 오후 서울 창성동의 카페 솔가헌에서 만난 신학자 현경 교수가 최근 펴낸 책 과 최근의 페미니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24일 오후 서울 창성동의 카페 솔가헌에서 만난 신학자 현경 교수가 최근 펴낸 책 과 최근의 페미니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세상의 많은 운동 중에서 적과 동침을 하는 운동은 여성운동밖에 없다. 이런 개인적 관계에선 비판만으로는 관계에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은 옳기 때문이라기보다 가슴이 움직이기 때문이고, 가슴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최근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샨티)을 출간한 현경 미국 유니언신학대 종신교수를 24일 서울 종로구 카페 솔가헌에서 만났다.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그는 앉자마자 올 들어 새로 시작한 모임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남자’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두 주 전, 현경 교수의 자택 인근 부암동 산기슭에 있는 한 예술가의 스튜디오에 여성 8명이 각자 한명씩 남성 8명을 초대해 함께 모였다. 배우자·애인·가족이 아닌, ‘미학적 거리’가 있는 남성이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초대받은 남성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노동운동가, 대학교수, 탱고 댄서, 한의사 등 다양했다.

여성들은 돌아가며 자신이 초대한 남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현경 교수가 여성들의 이야기 속에서 뽑아낸 초대받은 남자의 공통점은 ‘공감 능력이 좋아서 여성들과 대화가 통하고’, ‘여자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고’, ‘자기 일을 소신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하는’ 남자였다. 그는 “모든 참가자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사회단체나 지자체에서 여성들이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남자’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남자’ 모임
참가자 모두 가슴 따듯해지는 공감
“메갈리아도 좋지만 난 포용 선택
나이 드니 ‘비판적 지성’ 한계 느껴”

세계치유예술살림센터 설립 구상
새달 3일 서울혁신파크서 북콘서트

현경 교수는 이 모임의 아이디어를 미국의 한 인디언 부족의 풍습에서 얻었다. 이 부족은 공동체에 해를 끼친 사람 주변에 주민들이 둘러앉아 그의 장점을 한가지씩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스스로 치유받고 다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돌아오도록 이끈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 승려 틱낫한의 ‘우리 안엔 나쁜 씨앗과 좋은 씨앗이 다 들어 있다. 좋은 씨앗에만 물을 주면 나쁜 씨앗은 스스로 사라진다’는 말처럼 칭찬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경 교수는 “물론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강남역 사건’ 같은 혐오 살인에 데이트폭력에 연애·결혼·출산 과정에서도 여성들은 차별을 당한다. 메갈리아처럼 남자들이 하는 그대로 반사해 보여주겠다는 것도 좋은 싸움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은 모두를 긍정하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바꿔가고 싶다고 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다. “어느덧 60살이 넘으니까, 비판적 지성만으론 안 되는 걸 느낀다. 언니를 지나서 이젠 어머니, 할머니뻘이 되니 아들이나 손자뻘인 남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좋은 20대에 2년간 가부장문화의 전형인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나는 한국 남성을 불쌍히 여기는 페미니스트다.”

그는 2015년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전 세계의 여성활동가 30여명과 함께 북한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WCDMZ) 행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남-북, 북-미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현경 교수는 “우리가 노예제로 되돌아갈 수 없듯이 큰 흐름으로 보면 지금의 어려움은 일시적이고, 결국은 역사는 진전할 것이다. 통일도 ‘짧고 굵게’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서두르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실수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독일이 통일되듯이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지금 서울시에 제안서를 쓰는 단계인데, 동지들하고 힘을 모아서 ‘인터내셔널 살림센터 오브 힐링아트’(세계 치유예술 살림센터)를 세우고 싶다. 서울에 무속, 한의학, 명상, 단식 같은 한국의 치유 전통과 외국의 요가, 심층 심리학 등을 융합한 문화영성예술운동 공간을 만드는 거다. 한국이 가진 ‘살림’ 문화야말로 21세기의 브랜드가 될 것이다.”

그는 새달 3일 저녁 7시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출판사 주최로 북콘서트를 한다. (02)3143-6360.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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