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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적막 속에 감춰진 슬픔과 분노

등록 2017-07-24 16:51수정 2017-07-25 17:20

김봉규 사진집 ‘팽목항에서’

기자이자 아버지의 눈으로 본 현장
소설가 김훈 사진해설 덧붙여
25~30일 류가헌서 출간 기념 전시회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 현장. 2014년 4월16일 오후. 김봉규 제공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 현장. 2014년 4월16일 오후. 김봉규 제공
“세월호의 고통을 감당해 나가면서 한국인들은 슬픔과 분노의 힘으로 인칭을 뛰어넘는 넓은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김봉규의 사진은 그 넓은 세계로 가려는 수많은 노력들 중의 하나이다.”(김훈 소설가)

김봉규 <한겨레> 사진부 기자가 24일 세월호 참사를 담은 사진집 <팽목항에서>(눈빛)를 출간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간 뒤 40번이 넘게 팽목항과 동거차도 등지를 방문해 세월호 참사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그가 차마 사진에 담지 못한 장면도 많았다. 사고 해역에서 수습된 주검을 옮겨와 확인하는 팽목항 신원확인소에서 김봉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그는 “바닷속에서 퉁퉁 부어오른 상태로 건져진 자식의 시신을 마주하고 통곡하는 부모의 울음소리를 나는 팽목항을 서성거리며 가슴으로만 담았다”며 “나의 사진들은 사고의 실체를 밝혀내는 증거 사진으로 매우 빈약하고 부적절하다”고 고백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들은 ‘객관적 앵글’로 찍힌 신문용 사진들이 아니라, 한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 ‘주관적 앵글’로 찍은 사진들이다. 그는 “이 사진들은 갓 쉰을 넘긴,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로서 비극의 현장을 카메라 뷰파인더로 바라본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의 시각적 표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봉규의 <한겨레> 동료였던 김훈 소설가가 그의 사진들을 해설했다. 김훈은 “여기에 실린 김봉규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극의 슬픔과 분노를 적막 속에 감추고 있다. 감춘다기보다는 감춤으로써 표출되고 억누름으로써 드러난다”고 적었다. 이어 “이 억누름과 드러남은 고통스런 분열의 과정인데 그 과정을 통해서 인칭의 국면은 힘겹게 전환되면서 인칭들 사이에 새로운 의미가 빚어지고, 대상은 보이기 시작한다”고 썼다.

김훈 소설가는 희생자 유가족이나, 그들을 위로하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들어 “인물들은 대체로 얼굴 표정을 정면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사람들은 우선,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인격을 가진 대상이라기보다는 슬픔과 고통의 풍경의 일부로, 풍경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고 썼다. 이로 인해 “사진 속의 이 돌아선 사람들은 인칭의 구획을 넘어서서, ‘우리’ 또는 ‘인간들’이라는 확장되고 연대된 존재로 다가온다”고 짚었다.

사진집 출간에 맞춰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사진전이 열린다. (02)720-2010.

팽목항. 2014년 6월2일 오후. 김봉규 제공
팽목항. 2014년 6월2일 오후. 김봉규 제공
팽목항. 2014년 7월9일 오후. 김봉규 제공
팽목항. 2014년 7월9일 오후. 김봉규 제공
팽목항. 2014년 11월29일 오후. 김봉규 제공
팽목항. 2014년 11월29일 오후. 김봉규 제공
인양되는 세월호, 동거차도 사고 해역. 2017년 3월24일 오후. 김봉규 제공
인양되는 세월호, 동거차도 사고 해역. 2017년 3월24일 오후. 김봉규 제공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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