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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철학자 김상봉이 청년에게 답하다

등록 2017-07-09 14:10수정 2017-07-09 19:06

‘네가 나라다’ 출판 기념 대담
“‘촛불’이 새 정부 탄생으로 끝나고
모두가 뭘 할지 모르는 상태…
정당정치의 발전 바란다면
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내라”
6일 서울 종로구 레드북스 서점에서 열린 <네가 나라다> 출간 기념 대담회에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칼라티브이(TV) 제공
6일 서울 종로구 레드북스 서점에서 열린 <네가 나라다> 출간 기념 대담회에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칼라티브이(TV) 제공
“촛불혁명의 성과로 가장 감격스러운 것은 우리가 처음으로 보수정당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레드북스 서점에서 6일 ‘너도나라’가 주최한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네가 나라다> 출간 기념 대담이 열렸다. ‘너도나라’는 김상봉 철학을 연구하는 20대 청년들의 서울지역 모임으로, 이 모임에 소속된 청년 두 명이 대담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이 책 서문에서 이 책을 ‘너도나라’ 학생들 때문에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엔 김 교수가 과거 강령을 만들었던 노동당(옛 진보신당) 당원 등 20여명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참석했다.

김 교수가 앞서 말한 ‘보수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김 교수는 “지금 관성적으로 ‘보수정당’이라고 부르는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이 아니라 매판정당이다. 국민의당이 하는 조작이 박정희 정권이 하던 조작과 뭐가 다른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등장)는 그동안 투쟁의 성과다. 과거 수십년간 민주화 반독재 투쟁의 순수성을 지킨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며 “민주당이 현대 정당의 시스템대로 운영돼서 ‘정당이란 저런 것이구나’라는 모범을 보여줄 수 있다면 (역사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걸로 상황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 한 예로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재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도 없고, 지금의 정치지형에서 해낼 수 있다고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볼 땐 이제 겨우 ‘보수정당’만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뿐, 그와 균형을 이룰 ‘진보정당’의 존재는 여전히 희미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촛불집회가 새 정부 탄생으로 일단락되고 난 다음,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새 정부가 하는 일에 박수만 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이 가장 열렬히 문재인 정부를 지원하고 있지 않나”라는 그의 지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어떤 ‘진보정당’이 필요한가. 김 교수는 세계의 기존 진보정당들이 “수명이 다해” 더는 따라갈 깃발이 될 순 없다고 봤다. 미국의 민주당, 프랑스의 공산당,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민당 모두 보수화되거나 도태돼서 “우파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과거’를 대체할 새로운 진보정치의 청사진으로 경제민주화를 꼽으며,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와 <네가 나라다>에서 주장해온 ‘노동자 경영권’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시민주권은 다른 어떤 나라에도 꿀릴 것이 없지만, 직장에서 한국 노동자는 임금노예와 다를 바가 없다. 공화국의 주권이 시민에게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기업의 운영권, 기업의 대표권을 노동자에게 주는 것은 경제의 공공성에서 결정적이다.”

이에 ‘너도나라’의 활동가 이다은씨가 “노동자에게 경영권을 준다고 해서 모든 노동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하자, 김 교수는 “경영권을 노동자들에게 준다는 것은 지배구조와 권력의 문제고, 동시에 아래에서부터 노동자 나름의 평의회가 만들어져서 현장의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진보정당을 포함한 현대 정당정치의 정상적인 발전에 ‘정당 가입’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정치는 전문가가 몰입해서 해야 하는 일이며, 정당은 총체성을 매개하는 중심이다.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하나로 모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이런 총체성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가지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이제 관건은 사람들이 얼마나 정당에 가입해서 당비를 내느냐다. 사람들이 교회에 헌금 내듯이 당비를 내지는 않기 때문에 밖에서 검은돈을 가져와야 하는 등 정당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해온 것이다.”

김 교수는 둘러앉은 청년들을 바라보며 “젊은이들이 이제 뭘 해야 하냐고 물으면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이야말로 사유가 실천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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