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글, 강우근 그림, 숲노래 기획/철수와영희·1만3000원
‘생선’(생일 선물)’ ‘마상’(마음의 상처)’ ‘시강’(시선 강탈)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요즘 10대들의 말은 대부분 줄임말이다. 들으면 대충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던 수준에서 나아가 ‘아벌구’(입만 열면 거짓말) ‘나일리지’(나이를 앞세워 대우해달라는 행동을 일컫는 말) 등 이젠 기성세대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형태까지 아이들의 말이 변하고 있다. 언어생활의 변화가 빠르고 세대차는 커지다 보니 10대들의 은어를 얼마나 아느냐가 ‘아재’ 판별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가뜩이나 한자와 영어 등 외래어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순우리말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2014)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2016) 등 우리말을 슬기롭게 되살려 쓸 수 있는 책을 내온 최종규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운영위원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펴냈다. 지은이는 “말을 잘 살려서 써야 말에 담긴 말뜻과 느낌,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말을 슬기롭고 즐겁게 써야 맑으면서 밝은 꿈을 키울 수 있다”고 우리말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매일 쓰는 말을 어떻게 바라보고 써야 우리 마음을 아름답게 전달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책은 마을과 관련된 집, 모임, 탈것, 길 등 24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는 우리말을 이야기하듯이 소개한다. 아주 작은 말 한마디라도 낱말에 담긴 뜻이 잘 전달되게 쓰자는 의미에서 별생각 없이 써온 단어 대신 새로운 단어를 제안한다. 패스트푸드를 ‘빠른밥’, 슬로푸드를 ‘느린밥’, 선행학습은 ‘빠른배움’, 사람을 태우는 승용차는 ‘사람차’, 짐을 넉넉히 싣는 화물차는 ‘짐차’라고 부르는 식이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쓰는 한자말도 바꿔 써보자고 제안한다. 근린공원은 ‘이웃공원’ ‘마을공원’, 정류소·정류장·승강장은 ‘타는곳’, 아파트 입구 대신 아파트 ‘어귀’, 다용도실은 ‘쪽마루’로 불러도 의미가 어색하지 않다. 영어로 도배된 인터넷 용어도 바꿔 써 볼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누리집’, 누리집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은 ‘누리꾼’, 로그인·로그아웃은 ‘들어가기·나가기’, 업로드·다운로드는 ‘올리기·내리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는 ‘누리날개’, 팔로나 팔로잉은 ‘이웃되기’ ‘동무되기’로 손질할 수 있다.
여러 단어를 제안한 만큼 책 말미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소개한 우리말 357개의 낱말 뜻을 정리하고, 인터넷에서 쓰는 말을 우리말로 바꿔 제안한 붙임말도 덧붙였다. “말은 삶을 빚고, 삶결이 말결로 나타난다”는 지은이의 말에서 말글의 중요성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초등 고학년.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림 철수와영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