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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개미는 어떻게 야생을 지배하게 됐나

등록 2017-06-29 20:03수정 2017-06-29 20:28

진화생물학 대가 에드워드 윌슨
사회성 곤충 ‘초유기체’ 연구 집대성
초유기체 진화 두고 도킨스와 논쟁
브라질산 아타 라에비가타 개미의 성숙한 둥지를 발굴하고 있다.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시멘트 6톤과 물 8000리터를 부어 넣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브라질산 아타 라에비가타 개미의 성숙한 둥지를 발굴하고 있다.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시멘트 6톤과 물 8000리터를 부어 넣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초유기체-곤충 사회의 힘과 아름다움, 정교한 질서에 대하여
베르트 횔도블러·에드워드 윌슨 지음, 임항교 옮김/사이언스북스·5만5000원

미국 남부부터 아르헨티나 지역까지 분포하는 아타속 개미는 직접 식량을 재배한다. 아타속 개미는 낮은 진화 단계에선 곤충 배설물 등에 버섯을 길러 한 군락이 수백마리 정도 규모지만, 진보한 아타속 개미는 잎, 가지, 꽃, 열매 등에 버섯을 길러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한 군락이 약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에 이른다. 아타 섹스덴스 개미 군락의 둥지엔 1920개의 방이 있고, 이 중 238개는 버섯 농장으로 사용되며, 이들이 둥지를 만들기 위해 파낸 흙더미의 양은 40톤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아타 일꾼개미들은 재배 중에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감지하는 기관을 가지고 있다.

사회생물학의 대가 에드워드 윌슨은 1998년 진화생물학을 중심에 두고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심지어 예술을 통섭하자는 <통섭>을 출간해 철학자, 예술가 등 다른 학계 학자들과 논쟁의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번엔 다시 그의 전공 분야인 개미 연구를 다루는 책을 냈다. 앞서 윌슨은 1990년 베르트 횔도블러 애리조나 대학교 겸임교수와 함께 <개미>를 써서 미국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9년에 나와 한국에선 이번에 번역 출간된 <초유기체>는 <개미>의 후속작으로 개미, 벌과 같은 사회성 곤충들이 이루는 ‘초유기체’(superorganism)에 관한 학계의 연구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시멘트로 채워진 아타 라에비가타 둥지의 지하 통로, 관, 버섯 재배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시멘트로 채워진 아타 라에비가타 둥지의 지하 통로, 관, 버섯 재배실. 사이언스북스 제공
군락 생활을 하는 벌, 말벌, 개미, 흰개미류를 통틀어 사회성 곤충이라 한다. 이런 곤충은 종 수로는 현재 약 90만종으로 알려진 곤충 전체에서 고작 2%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곤충 생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회성 곤충은 육상 생태 환경의 중심부를 점령하고, 비사회성 곤충들은 그 주변부로 밀려나 진흙 벌, 죽은 나무,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장소 등에서만 더 번성한다.

이런 사회성 곤충들은 큰 규모의 군락을 이뤄 사는데, 세밀한 분업과 계급으로 군락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같이 행동한다고 해서 학계에선 이를 ‘초유기체’로 부르며 연구해왔다. 어떻게 이렇게 작고 수명도 짧은 개체가 모여 고도의 초유기체를 형성해 곤충계를 지배하는 것일까.

아타속 개미의 살아 있는 버섯 재배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아타속 개미의 살아 있는 버섯 재배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저자들은 이런 초유기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진사회성’이라 본다. 진사회성은 ‘부분적 또는 완전 불임인 일꾼 계급이 번식을 전담하는 계급을 돌보는 행태’를 이르는 것으로 곤충의 사회성 행동 중에서도 가장 진보된 단계다. 진사회성이 진보된 단계인 이유는 일꾼개미 등 이타적 행위자가 자기 자손을 남기는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개체의 번식을 돕기 때문이다. 일개미가 번식을 하지 않아 유전을 시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타주의가 실제로는 후대로 전달되고 있다면, 여기엔 단순하지 않은 진화와 유전의 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기에 진보한 체계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진사회성을 유지하고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군락은 다른 군락에 견줘 수천, 수백만년 동안 냉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후대에 진사회성을 유전시켰다.

베짜기개미 일개미떼가 집이 될 나뭇잎을 나란히 이어 붙이려 하고 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베짜기개미 일개미떼가 집이 될 나뭇잎을 나란히 이어 붙이려 하고 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그렇다면 군락의 생존과 여왕의 번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개미는 번식을 못하고 죽는데 어떻게 이 행동이 집단 전체와 후대로 전달될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두고서는 대가들 사이의 논쟁이 진행돼왔다. 에드워드 윌슨은 그 논쟁의 주요 당사자다. 이 책의 번역자인 임항교 메릴랜드 노터데임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후기에서 다윈도 궁금해했으나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한 이 질문을 두고,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한 ‘유전자 선택론’과 에드워드 윌슨의 ‘다수준 자연 선택론’이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전자 선택론은 ‘이타적 유전자’를 나눠 가진 개체들이 모인 것이 군락이고, 군락의 여왕이 번식함으로써 이런 희생이 유전된다고 본다. 반면 다수준 자연 선택론은 이타적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은 이기적 개체들보다 적응하는 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무리 안에서 개체 간의 선택’으로만 보면 이타적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전파되기가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이타적 유전자가 전파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이타주의자가 더 많이 살고 있는 무리가 적은 무리에 비해 번식 면에서 유리해질 때뿐이라고 본다. 도킨스는 유전자를, 윌슨은 유전자를 나르는 전달자에 주목하는 것이다.

수확개미의 일종인 포고노미르멕스 루고수스의 짝짓기 모습. 대부분의 수확개미와 마찬가지로 이 종의 여왕 역시 여러 마리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암컷 한 마리가 짝짓기를 하려는 최소 5마리의 수컷과 한데 뒤엉켜 있다.
수확개미의 일종인 포고노미르멕스 루고수스의 짝짓기 모습. 대부분의 수확개미와 마찬가지로 이 종의 여왕 역시 여러 마리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암컷 한 마리가 짝짓기를 하려는 최소 5마리의 수컷과 한데 뒤엉켜 있다.
임 교수는 “이런 논쟁은 실험적 증거가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며 “유전자의 발현을 조작하고 해석하는 분자 생물학과 유전학 연구 기법을 곤충학이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초유기체 진화에 대한 논의는 가까운 장래에 커다란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알려진 모든 개미와 사회성 곤충 전체를 망라하여 가장 놀라운 일꾼 간 개체 크기 변이는 아시아산 약탈개미에서 볼 수 있다. 소형, 대형, 초대형 일꾼개미가 보인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알려진 모든 개미와 사회성 곤충 전체를 망라하여 가장 놀라운 일꾼 간 개체 크기 변이는 아시아산 약탈개미에서 볼 수 있다. 소형, 대형, 초대형 일꾼개미가 보인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꿀단지개미’ 미르메코키스투스 멘닥스의 대형 일꾼의 팽창된 배에 액상먹이가 가득 담겨 있다. 이 배는 콩이나 체리 크기만큼이나 늘어날 수 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꿀단지개미’ 미르메코키스투스 멘닥스의 대형 일꾼의 팽창된 배에 액상먹이가 가득 담겨 있다. 이 배는 콩이나 체리 크기만큼이나 늘어날 수 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캄포노투스 플로리다누스 일개미가 다른 일개미가 낳은 알을 깨뜨리고 있다. 여왕이 활발히 산란 활동을 하는 동안 일개미들은 다른 일개미들이 알 낳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캄포노투스 플로리다누스 일개미가 다른 일개미가 낳은 알을 깨뜨리고 있다. 여왕이 활발히 산란 활동을 하는 동안 일개미들은 다른 일개미들이 알 낳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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