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의 작가 남정현(84)이 소설집 <편지 한통>을 묶어 냈다. 1965년 발표 뒤 작가가 반공법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기도 한 ‘분지’, 연작소설 ‘허허선생’ 제5편 ‘신사고’, 그리고 2011년에 발표한 표제작 ‘편지 한통-미 제국주의 전상서’가 발표 역순으로 묶였다.
‘분지’의 주인공은 홍길동의 10대손인 홍만수. 어머니가 미군에게 강간 당한 뒤 자살하고 미군 상사 스피드의 첩이 된 누이도 매를 맞으며 살자 그는 스피드의 부인을 납치했다가 핵무기와 미사일을 동원한 미군의 공격 위협에 직면한다. ‘신사고’의 주인공 허허선생은 시류에 영합한 사대주의자로 세속적 성공을 거두었는데, 평소 통일을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을 부르짖고 나선다….
표제작인 ‘편지 한통’은 국가보안법이 주인공 겸 화자가 되어 자신의 상전이자 조물주인 ‘미 제국주의’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다. 일제 치하 치안유지법 시절을 전생의 기억으로 지닌 국가보안법은 “당신이 빨갱이 그것들과 무슨 평화협정을 맺으려 한다”는 데 대한 위기의식과 불만에서 편지를 쓰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미 제국주의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전쟁이 영 어렵게 되었다면 넌 어떻게 하겠니?”라 반문하는데, 북한의 핵폭탄과 미사일에 대한 두려움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는 해석이 흥미롭다.
최재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