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지음/스윙밴드·1만5000원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건축가 오영욱의 중국 대륙 문화 관찰기. 30개 나라를 여행하고 여러권의 여행서를 써온 작가이기도 한 그는 2015년 봄 “중국을 알고 싶었던 막연한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오른다. 18세기 말 청나라를 여행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21세기 버전이랄까. 그래서 굳이 옛날 지도를 손에 들고 돌아다닌 걸까. 충칭, 청두, 베이징, 칭다오, 난징, 마카우, 광저우, 상하이, 뤄양, 시안, 그리고 홍콩까지. 2년 동안 중국 11개 도시를 밟으며 그곳의 어제와 오늘을 ‘관찰’하고 한·중·일 3국의 관계를 ‘성찰’한 끝에 깨달은 ‘통찰’을 선보인다. 건축가의 눈으로 지은이는 “혁명을 하다 만 것 같은 중국의 도시구조” 속에서 “폐쇄적으로 겹겹이 방어적인 모습을 갖는 1500년 전 도시의 모습”을 본다. 담을 높게 둘러 고함을 질러야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안을 볼 수도 밖을 살필 수도 없는 집에서 소리로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했을 것이기에 그들의 목소리가 높지 않을까, 짐작하기도 한다. <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는 이렇듯 그들의 도시와 가옥 구조에서 중국 문화와 역사를 읽는 책이기도 하지만 이웃나라를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를 반어적으로 꼬집는 문화비평서로도 읽힌다.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은 하면서 정작 왜 잘 알려고 하지 않을까. 중국의 오래된 벽돌 바닥처럼 구불구불하면서도 단단하고 빈틈없는 선으로 이어지는 일러스트는 역시 ‘오기사’의 전매특허. 골목과 건물, 인물의 매력과 정서를 살려 찍은 사진에서 지은이의 안목을 느낄 수 있다. 붉은 안전모를 쓴 오기사가 등장하는 카툰도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압축적인 문장에 곱씹을 만한 중층의 내용을 담아 낸 덕인지 그의 눈을 통해 보는 중국, 볼수록 새로 보인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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