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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학술출판 어렵죠, 하지만 좋은 책은 결국 팔려요”

등록 2017-06-15 20:11수정 2017-06-19 16:13

바바 기미히코 이와나미서점 부장 인터뷰

서울국제도서전 온 100년 전통 출판사
“일본도 학술서적으론 생존 힘들어
학문간 융합 강좌 시리즈 만드는 등
기획·편집의 힘으로 위기 헤쳐가”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서점 편집국의 바바 기미히코 부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서점 편집국의 바바 기미히코 부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술서적 초판 1000부를 찍지 못하는, 진지한 책의 ‘사막화’가 진행되는 한국.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에선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을까.

100년 전통의 이와나미서점 출판사는 일본의 지성과 양심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출판사로 꼽힌다. 이와나미서점은 1913년 창업해 지난 3월까지 3만3천종의 책을 발행했고, 연평균 약 450종(잡지 제외)의 책을 내는 종합출판사다. 창업자 이와나미 시게오가 도쿄제국대학 철학과를 나와, 이 인맥으로 철학자들의 책을 내기 시작한 전통이 이어져 일본 종합출판사 가운데 철학이 가장 강하다. 일본의 세계적인 철학자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 <철학의 기원> 등 철학 저술도 대부분 이와나미서점에서 내고 있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차 방한한 바바 기미히코 이와나미서점 편집국 부장을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와 함께 만났다. 그는 1989년 이와나미서점에 입사해, 잡지 <사상>(시소), <세계>(세카이) 편집자를 거쳤다.

이와나미서점은 한국의 민주화와 한일관계 발전에도 일익을 담당해왔다. <세카이>는 1973~1988년 지명관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연재해 세계에 한국 민주화 투쟁 소식을 전했다. 1991년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당시 67살)의 증언을 처음 보도했다가 최근 일본 우익으로부터 날조 기사라고 비난받은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톨릭대 초빙교수)가 쓴 <진실>이란 책도 이와나미서점에서 나왔다. 바바 부장은 일본의 혐한·혐중 움직임에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 책들이 왜곡하는 현실에서 올바른 역사가 쓰인 책을 출판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출판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1990년대 말을 정점으로 줄곧 하락세다. 학술대중서는 초판을 3000~5000부 찍는데 이는 20년 전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1년 안에 2쇄 이상을 찍는 인문 분야 책은 20%에 그친다. 바바 부장은 “일본도 한국처럼 학술 출판은 부수도 많지 않고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은 곳들은 정부나 재단의 출판지원금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곳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나미서점에선 과거 출판된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해 학술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1921년 창간해 100년 가까이 발행되고 있는 <세카이>를 전자책으로 바꿔 데이터베이스로 만들면, 이 기간의 사상과 시대 변화를 추출하는 ‘텍스트 마이닝’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축제’, ‘복지’ 등 특정한 단어가 언제부터 사용되고, 언제 집중적으로 사용됐는지 등을 통계화할 수 있다.

바바 부장은 “서로 닫혀 있던 학문 분야 간의 교류를 촉진해 공동작업을 만들어내는 ‘이와나미 강좌’ 시리즈가 출판사의 기획·편집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가라타니 고진의 책들은 고가이면서도 상당히 잘 팔렸다. 결국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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