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조영일 옮김/아르테·1만3000원 “피아노가 아니라 혼이다. 예술만이 인간세상의 험한 현실로 인해 흩어진 인간을 다시 재결합시킨다. 쇼팽은 공중을 친구들의 모임으로 바꾸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히라노 게이치로(42)가 다시 쇼팽에 대한 책을 펴냈다. 부제목이 ‘쇼팽을 사랑한 소설가의 어느 창작노트로부터’인 이 책에는 지은이가 직접 취재한 쇼팽의 흔적들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그는 쇼팽을 주인공으로 삼은 장편소설 <장송>(2005)을 쓰기도 했다. <쇼팽을 즐기다>는 <장송>의 해설이자 안내문이기도 하다. 작곡가일 뿐 아니라 피아니스트인 쇼팽의 연주회는 어땠을까. 어떤 곡을 즐겨 쳤을까. 손가락이 특히 고왔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영국에선 왜 프랑스에서만큼 성공하지 못했을까. 술은 좋아했을까. 이사는 왜 그렇게 자주 했을까. 시시콜콜한 궁금증이 다 풀린다. 지은이는 심지어 쇼팽의 체취까지 찾아 나선다. 연인이던 작가 “조르주 상드의 기록에 따르면, 쇼팽은 냄새에 매우 신경을 썼고 목욕을 하고 몸에 향수 오드콜로뉴(농도가 낮은 향수)를 뿌렸다.” 쇼팽에 열광하던 귀족을 상징하는 향은 ‘무향’이었다고 한다. 부유층만 청결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사들은 대개 은근한 담배 향을 풍겼다. 지은이는 폐가 좋지 않던 쇼팽한테선 담배 냄새 대신 옅은 향내가 감돌았으리라 짐작한다. 쇼팽의 고향 바르샤바, 전성기의 도시 파리, 말년을 보낸 런던·맨체스터에서 기록된 글과 사진들이 ‘인간 쇼팽’을 세공한다. 쇼팽의 솔로 콘서트 연주곡 목록, 쇼팽이 그린 데생 등 귀한 자료가 책에 그대로 실렸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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