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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학교 방문 뒤에 기간제 동료 보는 눈 달라졌죠”

등록 2017-05-31 19:24수정 2017-05-31 21:48

졸업 25주년 연세대 88학번들
‘응답한다 1988’ 문집내고 ‘재상봉’
김별아 등 출판위원들 맥줏집서
‘88꿈나무 세대’ 책임과 자성 토로
지난 30일 서울 동작구 사당역의 한 맥줏집에 모인 ‘2017년 연세 졸업 25주년 재상봉 기념문집 출판위원회’ 위원들. 앞줄 왼쪽부터 김예림, 김별아, 신윤승, 박언주, 뒷줄 왼쪽부터 박숭현, 고영탁, 박철완, 이종찬, 김정한씨.
지난 30일 서울 동작구 사당역의 한 맥줏집에 모인 ‘2017년 연세 졸업 25주년 재상봉 기념문집 출판위원회’ 위원들. 앞줄 왼쪽부터 김예림, 김별아, 신윤승, 박언주, 뒷줄 왼쪽부터 박숭현, 고영탁, 박철완, 이종찬, 김정한씨.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 시대에 대학을 다닌 88학번들이 졸업 후 25년이 지나 <응답한다 1988>이란 제목의 기념문집을 내 눈길을 끈다.

이 문집은 5월13일 연세대에서 열린 졸업 25주년 재상봉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설가 김별아 등 졸업생들의 소회를 담은 글과 1988~91년 당시 10대 뉴스, 문화사 등을 정리해, 많은 참석자가 대학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줬다.

30일 서울 사당역 인근의 한 맥줏집에서 문집 출판위원회 위원 9명을 만났다. 이들이 떠올리는 대학 시절은 1987년 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고 국회 청문회 등 전두환 정권에 대한 단죄가 시작되면서 정치적, 문화적인 자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때였다. 한쪽에선 1990년 금서에서 해방된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다른 쪽에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 서울올림픽의 열기 속에서 이들은 ‘88꿈나무’로 불렸다. 김정한 <뉴스1> 기자(철학과)는 “87학번과 88학번이 분위기가 달랐다. 87학번은 대부분 노태우 정부에 대한 반감이 심했지만, 88학번부터는 인정해줄 건 인정하자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십 줄에 가까워진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김별아 소설가는 “앞만 보고 달려오다 몸이 아프기도 하고, 세상을 떠난 친구도 있었다. 재상봉 행사는 인생의 쉼표가 돼줬다”고 말했다. 김낭규 변호사는 “대학 때는 시위에 나서지 않았던 친구들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수없이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각자 다른 곳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신학과)의 글도 실을 예정이었지만, 마침 세월호 인양이 급속히 진행돼 글을 보내오지 못했다.

이들 이야기의 끝은 자기 세대의 사회적 책임과 반성으로 모였다. 육성철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팀장(사회학)은 문집 글에서 “암흑기 직전 호황의 막차에 올라탄 ‘88꿈나무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주류 질서에 연착륙했다. 누구보다 빨리 ‘꼰대’가 되었고, ‘386 트렌드’의 말석에서 지분을 누렸다”며 “다시 역사에 묻고 답해야 한다. 전두환이 5·18을 폄훼하는 현실 앞에서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고 썼다. 김별아 소설가는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을 바꾸겠노라고 그토록 날뛰었음에도 고작 ‘헬조선’이나 만든 기성세대가 되어버렸음에 대해, 친구들에게 ‘학우’들에게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고 적었다.

박철완 서울아산병원 원무팀장(법학)은 “그동안 직장에서 살아남는 게 급급했었는데 다시 학교에 돌아와보니 사회문제를 고민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 뒤엔 회사에서 중견간부로 신입이나 기간제 직원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더라. 내가 노력하면 이들에게 다른 것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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