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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이득 보는 나라”

등록 2017-05-23 19:41수정 2017-05-23 20:50

소말리아 작가 누르딘 파라
독재 비판으로 22년간 국외 생활
서울국제문학 포럼 참석차 방한
한국어선의 불법조업 비판해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소말리아 출신 세계적 작가 누르딘 파라가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제공.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소말리아 출신 세계적 작가 누르딘 파라가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제공.
“소말리아의 내전으로 13개 국가가 이득을 보고 있고 그중 한 곳이 한국이다. 한국의 선박들이 불법으로 소말리아 연안에서 어업을 하고 있다.”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말리아 출신의 작가 누르딘 파라(72)가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한국에선 석해균 선장이 소말리아 해협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됐다가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구조’된 사건 등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왔다. 하지만 소말리아의 관점에서 ‘한국의 조업은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그것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유명 작가를 통해 듣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파라는 응구기 와 시옹오, 월레 소잉카 등과 함께 꼽히는 아프리카 대표 문인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그는 23~25일 열리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한했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시인)는 “분쟁의 장기화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이고 진실이 뒤엉키는 상황에서 진실을 좇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를 소개했다.

파라는 방문 소감을 묻는 말에 “한국은 매우 깨끗하고 모든 게 정리되어 있다. 차들이 차선을 따라 다니고, 나이 든 사람을 존중한다”면서 “소말리아에선 내전 중이라 기사 딸린 차와 무장 보디가드가 같이 다니고, 테러로 폭탄이 터질까 항상 불안해한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올 때마다 ‘살아남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파라는 1945년 소말리아의 오지인 옛 이탈리아령 소말리랜드의 바이도아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식민 통치를 하던 영국 총독의 통역이었고, 퇴직금을 받아 잡화상을 운영했다. 열 살 때 가부장적이고 “포악한 성품”인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집을 나와 직공과 회계원으로 일하며 독립했다.

그는 19살에 인도로 유학을 간 뒤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6년 그의 두 번째 소설이자 독재정치를 주제로 한 <벌거벗은 바늘>을 출간했다가 정부로부터 ‘30년간 구금시키겠다’는 협박을 받고 22년간 소말리아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일 년 중 4개월간은 뉴욕의 대학에서 강의하고, 남아공과 미국 미네소타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선 그의 방한에 맞춰 지난달 그의 작품 중에선 처음으로 소설 <지도>(아프리카)가 번역 출간됐다.

그는 자신이 소설가가 되는데 영향을 끼친 어머니가 ‘구술 시인’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풍년이나 결혼식 같은 공동체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시를 지어 기억을 전승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파라는 자신이 어머니의 시를 외워서 ‘배달’하는 일을 하곤 했는데, 일부분을 까먹으면 자신이 직접 시를 지어서 채워 넣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본 한 영국의 편집자가 전화를 걸어와 여성에게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물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지금도 제게 ‘미시즈(Mrs) 파라’라고 적어서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여성적인 정신이 저를 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1991년 내전과 가뭄, 에티오피아의 침략, 불법 어획과 과도한 벌목 등으로 소말리아는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활동만이 아니라 직접 소말리아에 평화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는 “가끔은 생명을 걸고 갈등을 벌이는 집단 사이에서 ‘대화하지 않으려면 나를 죽이라’며 중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년간 갈등이 지속해 사람들은 평화에 익숙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내전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평화가 오기 위해선 10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이 통제를 하지 못하는 틈을 타 소말리아 해역에서 불법으로 조업을 하는 한국, 이란, 스페인 같은 나라의 어선들도 내전으로 이익을 보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5일 열리는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작가와 시장’ 세션에서 발표할 발표문에서 “내가 다섯살 이후에 살아남을 확률은 단지 30%뿐이었다”면서 “나는 평화와 민주주의 이상을 이야기하는 작가로서 나의 시간을 이용하라고 긴 생명을 부여받고 이른 죽음을 피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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