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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촛불처럼… ‘나라를 위한 시위’ 중국에선 사라졌다”

등록 2017-05-22 20:19수정 2017-05-23 10:21

인터뷰/2017년 서울문학포럼 참가 작가 위화
“한국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질 때는 매일매일 관련 소식을 찾아봤다. 방금도 광화문광장에 갔다 왔다.”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중국 작가 위화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걸어봤다고 했다.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는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이날 인터뷰는 한국의 촛불시위부터 시작해 천안문(톈안먼)시위을 거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중국몽(중국의 꿈)과 중국의 미래로 거침없이 이어졌다.

중국 소설가 위화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산문화재단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국 소설가 위화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산문화재단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촛불’ 당시 매일 한국 뉴스 찾아봐…직접 광화문 광장 걸어보기도

-한국 촛불시위를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를 떠올렸나?

“촛불시위가 벌어질 때 매일매일 관련 뉴스를 찾아봤다. 1987년 이후 한국에서 저런 대규모 시위는 오랫동안 없었으니까 놀랐다. 지금도 광화문을 걸어보고 왔다. 1989년 천안문 시위는 촛불시위나 한국의 1980년대 민주화 시위와는 완전히 달랐다. 천안문의 시위대는 지도자를 바꾸거나 정부를 전복하려 한 것이 아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요구는 부패문제 해결이었고, 다음으로는 민주와 자유였다. 정권 타도의 구호도 없었고,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반대도 없었다. 천안문 사태 이후 덩샤오핑은 이런 말도 했다. “당시 ‘덩샤오핑 타도’ 구호는 나왔지만, ‘개혁개방 타도’라는 구호는 없었다. 인민이 개혁개방에 반대한 게 아니다”라고. 그리고 개혁개방을 밀고 나갔다.

한국의 촛불시위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으로 매듭을 지었지만, 중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지도자가 바뀌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치체제 전체가 바뀌게 된다. 일당체제가 다당제와 선거로 바뀔 텐데 중국 공산당은 절대로 이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의 부작용으로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갈등도 격화했다.

“개혁개방의 방식에 문제는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개혁개방이 후퇴하면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당연히 개선의 방법은 찾아야 한다. 중국에는 모순이 너무 많다. 낡은 모순이 해결되기도 전에 새로운 모순이 나타나고 그러면 사람들은 오래된 모순은 잊어버린다. 새로운 문제가 오래된 문제를 덮어버린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이기주의 심화…국가·사회 문제에 관심 멀어져

-중국 각지에서 많은 시위와 파업도 벌어지고 있다.

“천안문 이전에도 중국에는 많은 시위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나라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시위를 했다. 지금은 다들 나라에는 관심이 없다. 최근 상하이와 장쑤성 등 부유한 지역 학부모 수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부유한 지역과 빈곤지역의 교육 격차를 줄이려고 명문 대학들에서 빈곤 지역 출신 학생들을 더 뽑도록 하자, 자신의 자녀들이 손해를 본다며 시위를 한 것이다. 부유한 대도시 지역의 사회복지 예산을 줄여서 빈곤지역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려는 데 반대하는 시위도 있었다. 개혁·개방 이후 사람들이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한 게 진정한 비극이다. 하지만 어느 날 어떤 계기가 생기면 사람들이 갑자기 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중국몽’을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 정부가 선전하는 ‘중국몽’이 무엇인지 나도 궁금해 찾아봤다. 미국몽(아메리칸드림)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수성가다. 그런데, 중국몽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엄청나게 길게 설명해 놨는데, 여러 번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중국인들도 이해를 못할 것이다. 거리의 표어나 텔레비전에서는 중국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관심 없을 것이다. 정부가 선전하는 건 중난하이(중국 지도자들의 집무실 겸 거주지)의 꿈이다. 국가의 꿈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꿈은 훨씬 현실적이다. 조금 더 큰 집에서 살고, 월급이 좀 더 늘고, 아이가 좀 더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일자리 구하기를 바란다. 중국몽은 일반인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꿈 말고,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좀더 자유로운 사회나 언론자유, 민주적 환경 같은.

“그것은 소수 지식인의 꿈이다. 정부가 사상이나 언론 통제를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자신의 생활, 가정 안에서 통제 받지 않으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물론 일반 중국인들도 당연히 보다 자유로운 사회를 바라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꿈은 아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사회통제를 매우 강화하고 있다. 서방 사상 교육도 제한하고, 많은 인권운동가나 변호사들도 체포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왜 일어나고 있나?

“공산당의 권위가 점점 떨어지고, 부패 문제도 심각해졌다. 더 주요한 이유는 중국 사회의 모순이 너무 심해져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고, 중국 정치·사회의 안정도 위협할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문화대혁명(문혁)부터 고속성장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중국 역사의 급류 속을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많은 이들에게 비극적인 경험이었지만, 당신은 비극 속을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유머와 해학으로 그려낸다. 그런 방법을 택한 이유가 있는가?

“그것이 당시의 감정과 정서를 훨씬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극 안에도 희극이 있고, 희극 안에도 비극이 있다. 내가 경험한 문혁도 그랬다. 문혁은 내가 6살 때 시작돼 16살 때 끝났다. 그 시기를 되돌아보면 처음 생각나는 것은 공포다. 친구의 부모가 자살하기도 했고 살해당하기도 했다. 내 부모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좀 지나니 즐거워졌다. 학교가 문을 닫아 학교 갈 필요가 없어졌고, 매일 길에서 놀 수 있었다.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중국 소설가 위화. 김경호 선임기자
중국 소설가 위화. 김경호 선임기자
“세상 이끄는 사람은 영웅 아니라 존엄 잃지 않는 보통 사람들”

-당신 소설의 주인공들 중 <인생>의 부귀나, <형제>에서 주인공 형제의 아버지인 송범평 같은 인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들은 특별한 영웅은 아니고 역사의 피해자이지만 가장 힘든 상황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역사에 저항한다.

“어떤 사람은 이익 때문에 존엄을 포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문혁이나 그 이후의 현실에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어떤 시대, 어떤 국가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사회를 앞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이렇게 절망 속에서도 존엄과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다.

-당신의 책은 중국의 과거와 현실에 대해 모두 비판적이다. 출판이 어렵지 않나?

“천안문 사태에 대한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가 중국에서 출판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책들은 출판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정부는 점점 더 엄격하게 사상과 출판을 통제하고 있다. 앞으로는 내 책도 출판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장편 소설로는 <제7일> 이후에는 당신의 신작이 한국에 번역된 것이 없다.

“쓰고 있는 작품이 3편인데 오랫동안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은 100년 전 민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고, 두편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문혁과 시장 경제, 중국사회에 가득찬 모순에 대한 것이다.”

-곧 천안문 시위 28주년이다.

“천안문 28주년에 대해 보통 중국인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큰 변화는 서방 국가나 서방 언론들도 이제 중국의 민주나 인권에 점점 관심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지난해 문화대혁명 50주년도 별로 주목 받지 못했다. 중국인들이 잊어버린 문제는 외부에서도 잊어버린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서방 국가들도 자국내 문제가 커지면서 중국의 문제는 잊어버렸다. 또 정치가들은 이제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얻는 데만 관심 있다. 중국과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트럼프는 중국의 인권에는 관심도 없다. 서구의 대형 언론사들도 대기업에 합병되거나 하고 있고, 그런 언론사를 합병한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사업 이익 때문에 중국 정부와 협력에 더 관심을 갖는다.”

-최근 한-중 간에는 사드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있었고, 북-중 관계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

“사드 문제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 새 정부가 들어서고 특사가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도 환대했고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중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역사문제가 있지만 중국과 한국 사이엔 적어도 근현대사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요즘은 북한에 관심이 많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면 중국·일본에선 온통 그 뉴스뿐이다. 이번에 내가 서울에 간다니까 걱정하는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서울에 도착하면 전쟁 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북한은 현재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중국이 김정은이 (북핵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못오게 하는 것이다. 북중관계는 정상적인 국가간의 관계가 아니다. 현재 중국과 북한 관영언론들이 상대국을 비난하는 등 북-중 관계는 훨씬 어렵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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