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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토닥토닥 그림책이 ‘어른이’에게 주는 위로

등록 2017-05-19 08:00수정 2017-05-19 08:22

베스트셀러 에세이 ‘보노보노…’ 등
성인 타깃 그림책 3년째 판매 증가
탈모 등 성인 주제 그림책도 인기
90년대 유년기 보낸 30대가 시장 견인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다산북스 제공 ⓒ“BONO BONO” MIKIO IGARASHI/TAKE SHOBO.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다산북스 제공 ⓒ“BONO BONO” MIKIO IGARASHI/TAKE SHOBO.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많이 보고 자란 20~40대 독자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어른을 위한 그림책·동화'를 찾는 키덜트 현상이 출판계의 한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는 4월초 출간된 뒤 5월 1~2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인터넷서점 알라딘 1위, 교보문고 2위를 차지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8년차 방송작가 김신회씨가, 일본에서 30년 넘게 연재를 이어온 유명 만화 <보노보노>에서 길어낸 깨달음과 위로의 메시지를 보노보노 그림에 곁들였다. 책을 기획한 윤세미 편집자는 “십대 시절 애니메이션 <보노보노>를 보고 자란 1980~90년대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며 “젊은 세대들은 글이 많은 책보다 그림이 많은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기획으로 지난해 7월 출간된 백영옥 작가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아르테)은 뜨거운 호응으로 20만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많이 보고 자란 20~30대 독자들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선호해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 <중요한 문제>. 이야기꽃 제공
이전 세대에 비해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많이 보고 자란 20~30대 독자들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선호해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 <중요한 문제>. 이야기꽃 제공
<고슴도치의 소원> 아르테 제공
<고슴도치의 소원> 아르테 제공
어른만의 고민을 다룬 그림책도 눈에 띈다. 2017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은 조원희 작가는 원형탈모에 걸린 수영강사 이야기를 담은 이색적인 그림책을 냈다. 탈모를 치료하려고 좋아하는 애완견과 잠자기, 뜨거운 물에 목욕하기, 맥주 마시기를 끊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내용의 <중요한 문제>(이야기꽃)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아예 원작에는 없는 삽화를 그려 한국어판을 출간하기도 한다. 아르테 출판사는 2월 네덜란드 작가 톤 텔레헨의 동화소설 <고슴도치의 소원>을 펴내면서 김소라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15컷을 함께 담았다. 임동렬 아르테 문학마케터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콘셉트를 잡아 삽화를 넣었는데, 혼자 지내며 외로움을 느끼는 성인 독자들이 작품 속 고슴도치를 자기 모습처럼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고슴도치만이 아니라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다룬 책의 주요 구매층도 성인이다. 최근엔 유명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가 그림책 작가 아라이 료지와 함께, 꿈속에 나온 ‘몬테로소’라는 곳의 분홍벽을 찾아가는 고양이의 여행을 그린 그림책 <몬테로소의 분홍벽>(예담)을 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새벽도 함께 사는 두 고양이와 보낸 1년 동안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담아 <고양이 그림일기>(책공장더불어)를 냈다.

<몬테로소의 분홍벽> 예담출판사 제공
<몬테로소의 분홍벽> 예담출판사 제공
<고양이 그림일기> 책공장더불어 제공
<고양이 그림일기> 책공장더불어 제공
교보문고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림책 판매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그림이 있는 에세이’ 분야 책의 전년 대비 판매량은 2014년 38%, 2016년 108%가 뛰었다. 2015년 판매량이 21%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예년보다 많이 팔렸다. 같은 기간 그래픽노블(소설처럼 이야기가 복잡하고 긴 만화) 분야 판매량은 2015년 21%, 2015년 23%, 2016년 32% 성장했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대리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책들이 집중된 ‘그림이 있는 에세이’와 고가의 ‘그래픽노블’ 판매량을 보면 그런 책들이 많이 팔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동화 출간 붐을, 컬러 그림책이 나오기 시작한 1990년대 유년기를 보낸 현재의 30대들이 주도하고 있고 분석한다. 실제로 <보노보노…>의 독자도 30대가 43.7%(교보문고 4월 셋째 주 집계)를 차지했다. 어른들이 읽을 만한 그림책을 소개하는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이봄)의 공저자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어릴 때 봤던 이미지를 어른이 돼서 다시 보면 자연스레 잠시 어린 시절로,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됐던 그때로 돌아가 쉼을 느낄 수 있어 어른들도 많이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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