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에드윈 A. 애벗 지음, 서민아 옮김/필로소픽·1만원 주석 달린 플랫랜드
에드윈 A. 애벗 지음, 서민아·강국진 옮김/필로소픽·1만8500원 당신이 직선과 평면으로만 이뤄진 2차원의 ‘플랫랜드’에 살고 있다면? 그곳에서는 우리가 무생물이라고 믿어온 ‘사각형’이 스스로 사고를 한다. 2차원의 세계 안으로 독자들을 ‘강제로’ 끌어들인다. ‘사각형’에게 감정이입을 해 차원과 공간을 넘나들다 보면, 우리가 머무는 3차원 세계가 낯설게 느껴진다. 공간과 차원으로 규정된 틀 너머의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생각 같지만 이런 ‘공상’이 세상을 발전시켜왔다. 1884년에 나온 이 소설은 나오자마자 <네이처> <사이언스>와 같은 과학지와 여러 문학지에 많은 비평이 실린 것으로 유명하다. ‘공상과학 소설의 시작’, ‘환상 문학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학 개념이 쏟아지지만 그 이상이다. 19세기 소설이 담은 사회상과 철학적 사유도 숨어있다. ‘결혼처럼 한번 만나면 헤어지기 어려운 이웃’에 대한 내용은, 1857년 혼인관계 법령 이전 영국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비싸고 복잡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했던 것을 이해할 때 더 잘 읽힌다. 소설 속 ‘사각형’의 안내인은 그리스 고전 문학에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초자연적 존재 ‘다이몬’을 닮았다. ‘다이몬’은 플라톤이 ‘영혼의 안내인’이라고 불렀다. 숫자와 도형, 공간과 차원 등을 사고하고 상상하는 것이 즐거운 미래의 수학전공자와 과학전공자에게 매력 있을 책이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이해하면 이해하는 만큼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이 된다. <플랫랜드>에 주석을 단 <주석 달린 플랫랜드>는 미국 수학협회와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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