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이 출간한 큰글자판 시리즈 1차분 도서 5종 6권. 열린책들 제공.
책 활자를 키워서 중노년층 독자에게 맞춘 책이 나왔다. 기존 큰글자책들은 공공사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책 출간으로 노년층 인구의 증가에 따른 본격적인 큰글자책 시장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열린책들 출판사는 9일 노년층과 약시자를 위해 글자 크기를 키운 ‘큰글자판’ 시리즈 1차분 6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큰글자판 책들은 본문 글자 크기를 12포인트로 기존 글자보다 2포인트 키웠다. 판형을 일반책들과 동일한 크기(B6)로 유지해, 쪽수가 30%가량 늘었다. 기존의 큰글자책들은 커서 휴대가 불편하고, 심미성도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등 5종 6권(각권 1만4800원)의 스테디셀러를 1차분으로 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2011년부터 매년 글자를 키운 ‘대활자본’을 600부가량 제작해 전국 공공도서관에 배포하는 공공사업을 해왔다. 2010년 민음사도 캠페인 목적으로 수익금 기부와 함께 11종의 책을 큰글자책으로 만든 바 있다. 열린책들은 이전까지 큰글자책이 제작비에 견줘 수요가 적어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노년층에서 새 독자를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65살 이상 노년층 인구가 700여만명으로 유소년(0~14살)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반면 노년층으로 갈수록 독서율(1년에 1권 이상 책을 읽은 인구 비율)은 40대 74%에서 50대는 61%, 60대는 37%로 급감한다(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김영준 열린책들 문학 주간은 “기존의 큰글자책들은 공공사업 성격으로 진행됐지만, 우리는 독자적으로 노년층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개척할 목적으로 출판했다는 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