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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은 나를, 나는 책을 만들었죠”

등록 2017-05-01 16:21수정 2017-05-01 20:17

‘읽는 삶, 만드는 삶’ 지은이 이현주씨
책 기자·편집자로 20여년 활동
“여성 편집자들 역할 인정받아야”
<읽는 삶, 만드는 삶>을 펴낸 출판기획편집자 이현주씨. 그는 “가정과 여성 분야의 책은 출판의 변방에서 푸대접을 받고, 출판계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여성 편집자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읽는 삶, 만드는 삶>을 펴낸 출판기획편집자 이현주씨. 그는 “가정과 여성 분야의 책은 출판의 변방에서 푸대접을 받고, 출판계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여성 편집자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원고는 저자, 책은 독자의 것이에요. 출판기획편집자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죠. 주부들의 그림자노동과도 비슷하다고 할까요. 편집자는 책을 읽고 만드는 과정에서 성장합니다. 그래서 직업이기보다 삶의 태도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프리랜서 북 에디터 이현주(47)씨는 최근 <읽는 삶, 만드는 삶: 책은 나를, 나는 책을>(유유 펴냄)을 발간했다. 유명한 편집자의 분투기, 성공담이 아니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읽어온 책, 그 책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이야기, 편집자로서 자신이 만든 책 이야기, 그 책들이 한 편집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설명을 다정하고 겸손하게 풀어놓았다. 어린 시절 서울 친척집에서 본 소년소녀세계명작전집, <행복한 왕자>, 셜록 홈스 시리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등 독서 이야기는 1970~90년대를 돌아보게 한다.

이 에디터는 대학 졸업 뒤 1996년부터 서평전문지 <출판저널> 기자로 일했고 1인 출판사 대표, 출판사 편집자를 거쳤다. 인터넷 서점 등에서 책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일도 했다. 여행작가이자 엔지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한 한비야의 첫 책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푸른숲)은 그가 만든 최대의 히트작이었다.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 담긴 <가족이 있는 풍경>(뜰),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푸른숲) 등은 좋은 책이었지만 판매가 그에 미치지 못해 ‘저주받은 걸작’이란 평을 얻었다. 그런데 경력을 쌓아가던 중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편집자로서 영어를 읽어야 할 일이 많아서 영어책을 자유롭게 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고 했다. 2년 정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문학 등을 공부하며 절박하게 매달렸다. 그 뒤에도 줄곧 프리랜서 기획편집자로 일을 해왔다.

20여년 출판 관련 일을 하면서 그는 결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돼 점점 대우와 금전적 보상이 낮은 일자리로 밀려나는 여성 편집자들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가정과 여성 분야의 책은 출판의 변방에서 푸대접을 받고, 출판계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여성 편집자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출판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 이슈인가를 결정하는 힘은 권력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장·편집장 등은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 편집자들은 오랫동안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면서도 인정받지 못해왔어요. 지금은 여성 편집자들이 출판사 대표나 주간 등이 되면서 그나마 좀 나아졌지만요.”

이 에디터는 곧 나라 밖으로 이민을 떠날 예정이다. 그곳에서도 계속 좋은 책을 읽으며 저자들을 부추기고 돕는 일만큼은 계속하려고 한다. 후배 편집자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제발 출판에 대한 애정만큼은 잃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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