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 팔아요
미카엘 에스코피에 지음, 박선주 옮김/길벗스쿨·1만2000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부모들의 바람은 한가지다.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아이가 배 밖으로 나오면? 그때부턴 순간순간 마음이 바뀐다. “혼자서도 잘 놀았으면” “편식 좀 안 했으면” “말 좀 잘 들었으면” “공부 좀 잘했으면” 하고 바라는 게 많아진다. 부모 마음에 쏙 들게 누가 봐도 ‘완벽한 아이’는 없다는 걸 알지만 아이와 티격태격 하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완벽한 아이 팔아요>는 그렇게 한때나마 완벽한 아이를 꿈꿨거나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완벽한 아이로 만들려고 하는 부모들을 뜨끔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책은 아이를 대형마트에서 산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음… 아이 하나 사려고요.” 어느 화창한 날, 뒤프레 부부는 대형마트를 찾는다. 마트 외벽엔 ‘쌍둥이 특가세일’ ‘둘째는 단돈 1유로’ ‘5명 구입시 무료 배송 혜택’ 등이 적혀 있다. 뒤프레 부부는 음악 잘하는 아이, 집안일 잘하는 아이 등 다양한 ‘상품’을 보다가 “완벽한 아이를 찾는다”고 말한다. 점원은 “잘 아시겠지만 완벽한 아이는 워낙 인기 모델”이라며 딱 하나 남은 바티스트를 데려온다.
그렇게 가족이 된 바티스트는 정말 완벽한 아이였다. 이가 썩는다며 군것질도 마다하고, 밥투정도 하지 않는다. “놀아달라” “재워달라” 귀찮게 하는 법이 없다. 항상 예의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등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다. 아빠가 데리러 오는 시간을 깜빡해 늦게 와도, 엄마가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며 밥을 못 해줘도 아이는 화를 내긴커녕 오히려 “괜찮다”며 부모를 위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아빠가 학교 축제 날짜를 헷갈리는 바람에 튀는 옷을 입고 간 바티스트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게 된다. 바티스트는 부모에게 불만을 터트리고, 화들짝 놀란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마트로 향한다. 바티스트와 뒤프레 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충격 반전이 숨겨 있는 <완벽한 아이 팔아요>는 부모들의 심리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책이다. “너는 왜 그것밖에 못 하냐”며 꾸짖던 부모를 아이가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지 되돌아보게 한다. ‘편의와 욕심으로 아이를 대했던 나는 완벽한 부모인가’ 저절로 반성하게 된다. 세상에 ‘완벽한 아이’는 없다. 그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내겐 너무 완벽한 아이’만 있을 뿐이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부모인지, 어떤 부모가 돼줬으면 하는지 물어보면 어떨까. 4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림 길벗스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