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2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6번째 304낭독회 ‘우리는 기울임으로 모여들었습니다’에서 한 시인이 낭독을 하고 있다. 304낭독회 제공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이야기를 옮기고, 전승하며, 기억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
‘304낭독회’는 2014년 9월20일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답한 마음으로 모인 작가들이 “진상 규명이 된다고 해도 사건은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며 낭독회를 기획하게 됐다.
낭독회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4시16분에 열린다. 언제나 “오늘은 4월16일입니다”라는 문장을 함께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번째 낭독회부터 미리 신청한 10명 안팎이 낭독자로 나서는 형태로 정착됐다. 지금까지 31차례, 다양한 낭독자가 참여했다. 자신이 써온 글을 읽기도 하고 작가가 쓴 글을 읽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노래를 불렀고, 연극의 일부를 보여준 이도 있었다. 참사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동료 교사가 교감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와서 읽은 적도 있다. 낭독회를 운영하는 ‘일꾼’인 양경언 평론가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계속되고 대답해야 할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왜 싸움이 되어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말한 한 중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런 낭독회엔 많으면 100명이 참석한다.
낭독회는 광화문광장과 단원고, 서울시청 등에서 열렸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 강제철거된 옥바라지 골목과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등 아픔이 서린 곳에서도 진행됐다. 양 평론가는 “여기서 만난 분들은 자본과 권력에 밀려나는 삶의 문제가 세월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304낭독회는 304회를 목표로 한다. 예정대로라면 23년 뒤인 2040년 1월에 끝난다. 32번째로 열리는 낭독회는 29일 오후 4시16분 고려대 생활도서관에서 열린다. 낭독회 블로그(304recital.tumblr.com)에는 낭독회에서 읽었던 글이 담긴 자료집이 올라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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