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백희나 지음/책읽는곰·1만2000원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아.”
동동이는 오늘도 놀이터에서 혼자 구슬치기를 한다.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 말을 건넬 용기가 없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기분이 어떤지는 표정에 다 드러난다. 새 구슬을 사러 간 문방구에서 동동이는 문방구 아저씨가 권하는 알사탕 한 봉지를 산다. 그런데 이 알사탕, 뭔가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색깔과 무늬의 알사탕은 하나씩 입에 넣자 각기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박하향이 나는 소파 무늬 사탕은 소파가 하는 말이 들린다. “옆구리에 리모컨이 껴서 아파.” “숨쉬기가 힘드니 아빠보고 방귀 좀 그만 뀌라고 해.” 사탕이 녹으니 목소리도 사라진다. 애완견 구슬이의 털무늬를 닮은 사탕은 구슬이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늙어서 너와 잘 못 놀아주는 거야.” 아빠의 턱수염을 닮은 까칠까칠한 사탕은 잔소리 대장인 아빠의 진심이 들린다. “사랑해, 사랑해.”
<구름빵>을 지은 백희나(46) 작가의 새 그림책 <알사탕>은 외로운 동동이가 다양한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의 마음도 열어가는 성장 이야기다. 타인과 교감할 줄 모르던 아이는 알사탕을 통해 듣게 된 여러 진심에 마음의 경계를 풀고 먼저 말을 꺼낼 용기를 갖는다. 현재 외국에 머무는 백 작가는 4일 전자우편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번 책을 “<이상한 엄마>(2016) 출간 이후 거대한 우울함이 밀려올듯해 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스토리보드를 만들며 스스로 감동해 두세번 펑펑 울기도 했다”며 은근히 자부심도 드러냈다.
“가능하다면 많은 해석이 가능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백 작가의 바람은 전작인 <이상한 엄마>부터 도드라진다. 가족구성만 봐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여지가 많다. <이상한 엄마>에서 아이가 아픈 날 직장에서 마음 졸이는 엄마만 등장했다면 <알사탕>은 집안일을 하는 아빠만 나온다. 한부모 가정, 일하는 엄마, 주부가 된 아빠 등이 생각나는 설정인데, 백 작가는 “무지 행복한 4인 가족이 주인공인 <구름빵>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의도된 설정”이라고 설명한다. “지구상의 어떤 가족이 그렇게 엄마·아빠·형제·자매가 다 모여 오손도손 살겠어요. 아이하고 부모 중 누가 없으면 ‘결손가정’이라고 표현되는 것이 싫었어요. <구름빵>의 4인 가족을 이상적인 가정처럼 그린 게 미안했고,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가정을 그려보고 싶었죠. 어떤 모습의 가정일지라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완벽한’ 가정이잖아요.”
작품 세계는 다양하고 깊어졌지만, 그림책을 만드는 방식은 변함이 없다. 찰흙의 일종인 ‘스컬피’로 빚어 구운 캐릭터에 개성 넘치는 표정을 그려 넣고 실내외 배경과 소품들을 일일이 손으로 만든 뒤 입체감 있는 사진으로 담는다.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 힘들지만, 마법같이 공간과 인물이 살아나는 순간을 보면 욕심이 난다”는 백 작가는 “<알사탕>에 나오는 주변인 중 한 명이 주인공인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3살 이상.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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