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지음/창비 펴냄·1만2000원 얼어붙은 세상의 동파를 막아온 건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낄’ 때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공감, 고장 나지 말라고 졸졸 흐르게 두는 한겨울 수돗물 같은 것. 손원평(38)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공감의 세계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모양이 닮아 ‘아몬드’라고도 불리는 편도체 이상으로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나’는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를 가졌다. 머리를 지배할 가슴이 없는 ‘나’는 “감정 대신 질문들이 떠다니”는 아이. 어느 날 ‘나’는 “로봇”이 된다. 한 남자의 칼부림에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할멈이 죽는 광경을 지켜봤다. 그때도 아무 감정 없는 아이를 대하는 세상의 눈이 그랬다. “로봇이라더니, 완전히 깡통도 아니네 뭐.” 곤이가 말했다. 입양아 출신에 소년원을 들락거려 모두 그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곤이를 꺼리지 않는다. 꺼림칙함은 감정이니까. “곤이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단순하고 투명했다. (…)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1은 어쩌면 가장 큰 수. 공감해주는 한 사람을 갖자 눈물겹게 성장하는 두 아이의 이야기가 그렁그렁 읽힌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에 공선옥 작가는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소설”이라고 추천사를 썼다. 지은이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묘사는 소리가 들릴 듯 선명하고, 대화는 대사처럼 현실과 가깝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로 소설의 수준을 가늠하고 재미를 찾는 독자에게 더욱 만족스러울 듯하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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