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미래의창·1만4000원 “흙으로 만든 수저를 상상해봤는가. 무엇을 퍼먹으려고 힘이라도 주면 그만 바스라지고 마는 쓸모없는 ‘도구’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영영 밥을 퍼먹기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며, 불가능한 경쟁을 은유한 것이다.” 대학생 잡지 <캠퍼스 씨네21> 김송희 기자, 독립잡지 <계간 홀로> 이진송 편집장, <월간 잉여> 최서윤 편집장이 함께 낸 책.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법’이란 부제목대로, 다수의 젊은이를 ‘흙수저’로 만드는 한국의 현실이 생으로 담겼다. 책은 ‘먹고사니즘’(취업), 정치, 문화, 연애, 그리고 주거까지 다섯 주제로 짜였다. 지은이들은 언론이 청년에게 명명한 ‘엔(N)포세대’라는 말도 불편하고 ‘달관세대’는 아예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예쁨’을 거부하는 미운 청년 새끼!” 취업·연애·결혼을 거쳐 효도로 완성되는 ‘사람 구실’을 거부한다는 뜻. 젊어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 빚이 있어야 파이팅도 생긴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던 시절에 통하던 말. 그 시절의 유산은, 즐겁게 사는 사람보다 고생하는 사람이 격려받고 살아남는 문화라는 걸 청년들은 안다. 그런 분위기에서 “불가능한 경쟁”, 그러니까 해봤자 소용없는 노력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홀로’여도 ‘잉여’여도 존엄한 삶 아니냐는 당찬 목소리가 360쪽 내내 빗발친다. 이들은 꼭 공공적으로 “떠들어야 했다”. 수저계급론은 내 부모가 아니라 사회구조 탓이기 때문이다. 구조를 개선하려고 떠든다. 그렇게 개선된 구조엔 어쨌든 모두가 승차하게 된다. 청년의 얘기를 듣자. 적어도 무임승차는 면하고자 하는 염치로.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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