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여행
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 이마고 펴냄. 1만8000원
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 이마고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로마 대신 죽음을 택한 한니발의 마지막 식사는? 표토르 대제를 위한 러시아 별미는?
<식도락 여행>은 쟁쟁한 역사속 주인공의 식탁으로 초대하는 맛있는 역사책이자 재미있는 요리책이다. 음식문화 저술가인 지은이들은 서양음식문화사를 3가지 코스요리로 내온다.
‘에피타이저’는 상상으로 버무린 세계사의 30개 장면. 역사적 사실을 뼈대로 한 가공의 이야기로 침샘을 자극한다. 인터뷰, 독백, 편지, 콩트 등 다양한 형식을 취했다. ‘때’는 3천년을 넘나들며 ‘곳’은 그리스,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을 누빈다.
프랑크 왕궁 카를 대제와 마주 앉아보자. 그는 ‘아침회식’이 취미다. 베이컨과 생크림이 들어간 걸쭉한 수프와 생선 파이를 차례로 먹고 양고기 넓적다리를 뜯은 뒤 후식으로 완두죽과 배잼을 먹을 정도로 대식가다. 위장이 작은 신하들은 죽을 맛이다.
트로이 야전 만찬에선 귀가 솔깃한 대화가 오간다. “트로이군을 기습하는 방법을 알아냈네.” 오디세우스는 돼지 뱃속에 밀죽을 채워넣은 요리를 먹다가 무릎을 친다. 지은이는 의외의 내용물에 착안해 트로이 목마가 탄생했다고 눙친다. 상상은 자유니까!
입안에 침이 고일 즈음 이 책의 ‘주메뉴’가 나온다. 이야기에 등장한 150가지 요리의 조리법. 솔로몬의 무화과 절임, 한니발의 양배추 경단, 클레오파트라의 생선구이, 로빈 후드의 새콤달콤 토끼탕 등 따라하기다. 서양요리 일색이라 낯설지만 폴란드식 꼬치 구이, 로마식 양배추 요리는 도전해봄직하다.
각 장의 ‘디저트’는 시대별 음식문화를 훑어낸다. 맥주와 샴페인을 반반씩 섞은 ‘비스마르크’란 술은 모순덩어리인 비스마르크의 성격에서 따왔다고 한다. 요리 변방의 프랑스가 중심으로 도약한 계기는 카트린 여왕의 ‘포크 칙령’ 덕분이었다. 인쇄술은 요리책의 보급을, 종교개혁은 사치식단에 종언을 고했다는 역사적 상관관계도 밝힌다. 함포고복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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