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PD 융합시키겠다고? 권영길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
권대표 발언 신뢰 안가고 위기돌파 의지 의문
여러 정파 있는 건 흠이 아니다
당 이익 앞세우는 ‘당파성’ 없는 게 문제
각개약진이라도 좋다
노동대중·서민의 생활속에서 정치투쟁하라
이재현의 인물로 세상읽기/권영길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
며칠 전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인준에 따라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위원장 겸 임시대표 자리를 권영길 의원이 맡게 되었다. 비대위는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당 지도부 선거 때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이끌게 된다. 그 전까지는 김혜경 전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였다.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기까지는 당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투쟁 현안들이 많다” “제대로 책임지는 것이 중요한 임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사퇴를 반대한 최고위원들도 있었지만 대세는 최고위원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기울어졌다. 한편, 그 동안 의원직과 당직의 겸직 금지 문제가 계속해서 당내에서 논란이 되어왔고 타협책으로 대표에 한해서만 금지 원칙을 풀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권 의원이 임시 대표직을 맡게 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보게 되었다.
당이 공표한 브리핑 자료에만 의거해서 하는 얘기지만, 이번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결과와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는 매우 실망스럽다. ‘승리하는 구원투수’를 자처하면서 ‘노동계 정풍운동에 일조할 것’라는 권 대표의 정치적 발언에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당의 위기를 적당하게 봉합하고 넘어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비대위의 주요사업이라고 제시한 것도 그저 이것저것 뭉뚱그려 늘어놓은 것뿐이다. 내게는 “민족문제에 중심을 둔 민족해방(NL) 계열과 노동자 평등에 중심을 둔 범좌파(PD) 계열을 수용해서 용광로에 녹이겠다”는 권대표의 발언이 특히 문제로 여겨진다.
지난번 최고위원체제의 다수파는 민족해방계열이 차지했다. 이번의 사퇴 압력에 대해서 다른 정파들이 자기네를 밀어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다수파인 민족해방파의 속마음이었던 것으로 안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다수파였던 민족해방파가 내년 1월까지 계속해서 책임을 지는 게 도리다. 선거에 졌다고 해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않고 지도부가 무책임하게 물러나는 것은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라도 쉽게 벌일 수 있는 정치적 쇼다. 이런 식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만에 하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패배한다고 한다면, 내년 1월에 출범하는 새 지도부가 반년도 못 되어 그냥 물러나야 하지 않겠는가.
‘승리하는 구원투수’ 지쳐
10.26 보궐선거 울산 북구에서 패배한 데 대해서 민주노동당은 당원 및 정치적 지지자들인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설명을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지 않다. 굳이 찾아본다고 하면 최고위원들의 사퇴와 비대위 출범이라는 사건 자체일텐데 이것은 뭔가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내게는, 안팎에서 누구나 떠들고 있는 ‘당의 위기’를 대충 봉합하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응당 책임을 제대로 졌어야 할 쪽은 일단, 최고위원 체제의 다수파를 형성했던 민족해방파로 보인다. 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소위 사회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전혀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한다면 바로 이 점에 대해서 치열한 반성과 진지한 사과가 있어야 했다. 음식물자원화 시설을 둘러싼 지역 주민의 당연한 반발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라고 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점에 관해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다수파는 반성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비대위가 여전히 서로 상반되는 정치노선을 절충해서 사업을 늘어놓고 있는 데서도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 보궐선거에 보수정당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것과는 달리 민주노동당은 중앙당 차원의 선거 전략이라든가 선거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또 선거 결과의 책임 소재에 관해서도, 열린우리당만큼의 논쟁도 보여주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2중대’는커녕 2소대도 안되는 것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더 따지고 들어가면 다수파만의 잘못은 아니다. 범좌파라고 하지만 서로의 정치적 입장은 천차만별이다. 한 쪽은 다른 쪽을 개량주의로 몰고 있고 다른 쪽은 수비하기에 바쁘다. 1980년대의 나쁜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추상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서로의 정치노선이 다르고 그 차이가 중요하다고 하면, 각자의 구체적 정치활동을 통해서, 즉 제도권 안에서 서로 다른 대안적 정책을 내놓는다든가, 또는 제도권 밖에서 다양한 수준에서 대중들과 결합해서 함께 싸워나가는,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서 당원과 국민 앞에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경쟁적으로 검증받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번 울산 북구 선거에서는 범좌파 내의 한 특정 정파를 빼놓고는 다른 정파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고 한다. 비정규직·양극화 깊이 고민해야 반면에 민족해방파라고 하더라도 좌우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노동자계급과 민중에 정치적 무게 중심을 두고 ‘자주, 민주, 통일’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과 우파 민족주의의 관성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서로 엄연히 다른 일이다. 주한 미군의 존재가 어떻게 해서 자본주의세계체제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내적으로 연결이 되며 더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서 소위 사회 양극화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해명하고 선전해내며 또 그 성과를 조직해내는 수준에까지 실천적으로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단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일단 우파 민족주의에 고유한 정치적 관성을 극복하고 누구보다도 바로 이 문제를 붙들고 치열하게 싸운 다음에야 민족해방파의 정치노선에 따라서 선전을 하든 조직하든 간에 그 실마리가 손에 잡히는 법이다. 흔히들 민주노동당을 정파연합당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정파가 있는 것이 흠은 아니다. 문제는 당내에서 정파들이 적절한 룰에 따라 서로 정치적으로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런 다음에는 결과에 승복하여 단결하여 일해나가는 시스템, 그리고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적절하게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성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정파등록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 내 거의 모든 정파는 ‘당파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정파와 관련하며 말한다면, 당파성이란 당의 이익을 정파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익’이란 일차적으로 노동자계급과 농민계급의 이익이고 동시에 근로대중 및 서민 전체의 이익이다. 그러나 각 정파가 말로는 계급 및 민중의 이익을 떠들지만 현재의 행태로는 그 말의 진실성과 적실성을 정치적으로 확인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전교조가 수구언론한테서 엄청 두들겨 맞고 있는 이 시점에도 민주노동당은 전교조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별 거 아닌 성명서나 논평 한 장도 민주노동당은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서, 민주노총의 부위원장이 자본쪽과 유착하여 검은 돈을 먹었다는 게 밝혀졌을 때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횃불시위를 하고 국민들을 향해 일보삼배로 사죄했어야 옳았다. 이런 수준에서,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의 영어 교육의 문제점에 관한 국민적 대안은 뭐냐고 민주노동당 및 당내의 각 정파에게 묻는 것은 매우 사치스런 일이 될 것이다. 민노총 비리때 ‘일보삼배’했어야
이쯤 되면, “너는 뭐냐?”는 반문이 나올 만하다. 나는 민주노동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자유주의자고 비정규직 노동자다. 나는 내 생계의 일부를 대학에서의 보따리 장사로 해결한다. 지금부터라도 민주노동당의 각 정파는 지난 번 선거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비판과 반비판을 당원과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수행하기 바란다. 대충 봉합하고 넘어갈 일이 절대 아니다. 노파심에서 덧붙이건대, 내가 이민가지 않는 이유는 민주노동당 때문이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내 나름의 애정으로 질타하는 만큼 민주노동당은 내게 희망을 보여달라. 이 땅에서 버티고 살아갈 희망을.
10.26 보궐선거 울산 북구에서 패배한 데 대해서 민주노동당은 당원 및 정치적 지지자들인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설명을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지 않다. 굳이 찾아본다고 하면 최고위원들의 사퇴와 비대위 출범이라는 사건 자체일텐데 이것은 뭔가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내게는, 안팎에서 누구나 떠들고 있는 ‘당의 위기’를 대충 봉합하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응당 책임을 제대로 졌어야 할 쪽은 일단, 최고위원 체제의 다수파를 형성했던 민족해방파로 보인다. 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소위 사회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전혀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한다면 바로 이 점에 대해서 치열한 반성과 진지한 사과가 있어야 했다. 음식물자원화 시설을 둘러싼 지역 주민의 당연한 반발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라고 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점에 관해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다수파는 반성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비대위가 여전히 서로 상반되는 정치노선을 절충해서 사업을 늘어놓고 있는 데서도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 보궐선거에 보수정당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것과는 달리 민주노동당은 중앙당 차원의 선거 전략이라든가 선거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또 선거 결과의 책임 소재에 관해서도, 열린우리당만큼의 논쟁도 보여주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2중대’는커녕 2소대도 안되는 것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더 따지고 들어가면 다수파만의 잘못은 아니다. 범좌파라고 하지만 서로의 정치적 입장은 천차만별이다. 한 쪽은 다른 쪽을 개량주의로 몰고 있고 다른 쪽은 수비하기에 바쁘다. 1980년대의 나쁜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추상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서로의 정치노선이 다르고 그 차이가 중요하다고 하면, 각자의 구체적 정치활동을 통해서, 즉 제도권 안에서 서로 다른 대안적 정책을 내놓는다든가, 또는 제도권 밖에서 다양한 수준에서 대중들과 결합해서 함께 싸워나가는,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서 당원과 국민 앞에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경쟁적으로 검증받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번 울산 북구 선거에서는 범좌파 내의 한 특정 정파를 빼놓고는 다른 정파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고 한다. 비정규직·양극화 깊이 고민해야 반면에 민족해방파라고 하더라도 좌우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노동자계급과 민중에 정치적 무게 중심을 두고 ‘자주, 민주, 통일’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과 우파 민족주의의 관성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서로 엄연히 다른 일이다. 주한 미군의 존재가 어떻게 해서 자본주의세계체제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내적으로 연결이 되며 더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서 소위 사회 양극화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해명하고 선전해내며 또 그 성과를 조직해내는 수준에까지 실천적으로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단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일단 우파 민족주의에 고유한 정치적 관성을 극복하고 누구보다도 바로 이 문제를 붙들고 치열하게 싸운 다음에야 민족해방파의 정치노선에 따라서 선전을 하든 조직하든 간에 그 실마리가 손에 잡히는 법이다. 흔히들 민주노동당을 정파연합당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정파가 있는 것이 흠은 아니다. 문제는 당내에서 정파들이 적절한 룰에 따라 서로 정치적으로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런 다음에는 결과에 승복하여 단결하여 일해나가는 시스템, 그리고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적절하게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성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정파등록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 내 거의 모든 정파는 ‘당파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정파와 관련하며 말한다면, 당파성이란 당의 이익을 정파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익’이란 일차적으로 노동자계급과 농민계급의 이익이고 동시에 근로대중 및 서민 전체의 이익이다. 그러나 각 정파가 말로는 계급 및 민중의 이익을 떠들지만 현재의 행태로는 그 말의 진실성과 적실성을 정치적으로 확인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전교조가 수구언론한테서 엄청 두들겨 맞고 있는 이 시점에도 민주노동당은 전교조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별 거 아닌 성명서나 논평 한 장도 민주노동당은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서, 민주노총의 부위원장이 자본쪽과 유착하여 검은 돈을 먹었다는 게 밝혀졌을 때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횃불시위를 하고 국민들을 향해 일보삼배로 사죄했어야 옳았다. 이런 수준에서,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의 영어 교육의 문제점에 관한 국민적 대안은 뭐냐고 민주노동당 및 당내의 각 정파에게 묻는 것은 매우 사치스런 일이 될 것이다. 민노총 비리때 ‘일보삼배’했어야
이재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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