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가격-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사계절·1만5000원
엔(N)포세대, 수저계급론, 열정페이, 청년실신(청년이 실직상태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뜻)…. 청년들이 처한 어려움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끝이 없다. ‘어느 시대고 청년들이 어렵지 않은 때가 있었냐’며 요즘 청년들이 게으르다고 지적하는 기성세대들은 나라의 일자리 정책을 책임진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중동에 가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푸른 봄’이라는 뜻의 ‘청춘’(靑春)을 잃고 잿빛이 된 청년들에게 그들이 응당 누려야 할 청춘을 다시 돌려줄 수 있을까.
통계청의 2016년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실업률은 3.7%인데 20~24살 인구집단의 실업률은 10.8%, 25~29살 인구집단의 실업률은 9.2%로 20대 실업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3배에서 5배 높게 나타난다. <청춘의 가격>은 이런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생활과 생존에 관한 보고서다. 책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20살부터 35살까지를 청년의 범위로 정하고 이들 삶의 필요 비용을 ‘가격’에 빗대어 풀어낸다. 싱어송라이터 김초록씨, 귀촌·귀농을 준비중인 예비부부 김혜리·김진회씨, 시민단체 활동가 임경지씨 등 5명을 인터뷰해 이들이 감내하고 있는 생활과 생존의 경계선을 따라가며 각종 보고서와 통계에서 보이지 않던 청년들의 현실을 함께 담았다.
김초록씨는 꿈인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해 계약직 직장을 그만뒀다. 고정적인 수입 없이 생활해야 하는 불안감은 결혼 같은 미래를 계획하는 일도 어렵게 만든다. 생활비·레슨비·월세 등으로 매달 120만원 정도가 필요한 그는 이 돈을 벌기 위해 음악 연습하는 시간을 줄여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나의 생존이 나의 노동에 절실하게 의존하는 노동력의 상품화”는 꿈을 위협하고, 청년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
어렵게 직장을 구해도 산 넘어 산이다. 축적된 자본도 적고 노동 소득도 적은 청년 세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집’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고민해온 민달팽이유니온의 위원장 임경지씨도 자신의 주거문제를 고민하다 이를 해결해보고자 시민단체에 뛰어든 경우다. 현재 청년들의 주거 상황을 “10점 만점 중 2점”으로 평가한 그는 비위생적이고, 위험하고, 불편한 청년 주거문제를 일시적으로 보는 편견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청년 세대의 1인 가구 증가폭은 심상찮다. 201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1인 가구 규모는 2000년 222만3000가구에서 2010년 414만2000가구로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같은 기간 45~54살이 39만2000가구가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지만 25~34살 구간이 36만7000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75살 이상 1인 가구 증가폭은 30만 가구로 오히려 청년 세대보다 적었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는 가치관의 변화 탓도 있겠지만 늦은 취업과 높은 실업률에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 큰 원인이다. 2015년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청년 일자리 중 가장 많은 수가 서비스직, 특히 숙박음식점업(26.92%)에 집중돼있다. 이렇듯 임금구조의 맨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세대가 청년층인데, 여기에는 젊은이들이 숙련되기보다 값싼 노동력이 되기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 숨어있다고 책은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청년기를 노동시장 밖에서 보내면 나이가 들어서도 직업적 저숙련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저임금·빈곤의 고리가 계속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책을 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소속 저자들은 지금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청년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비참해질 것이 뻔히 보이는 도전을 강요하고, 생존하는 대가로 피와 땀을 요구하는 사회가 청년 세대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게으르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멈추고 청년 세대가 몸살을 앓고 있는 주거, 노동, 결혼, 육아 등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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