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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모험 떠난 할아버지, 다섯살 된 할머니

등록 2017-03-09 19:35수정 2017-03-09 21:02

빅 백(Big Bag)-섬에 가다
김완진 글·그림/고래가숨쉬는도서관·1만2000원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사노 요코 글·그림, 엄혜숙 옮김/상상스쿨·1만2000원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나 늘 앉던 의자에 앉아 항상 듣던 음악을 들으며 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고 늘 마시던 차를 마시며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다 아침에 일어난 그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빅 백(Big Bag)-섬에 가다>의 첫 장은 이 문장들 옆으로 한 노인이 웅크린 채 침대에 누워있는 그림으로 시작된다. 노인은 어느 날 섬이 그려진 엽서 한 장을 받는다. “바다를 건너서 섬에 가봐야 진정한 어른”이라는 친구의 말에 그는 큰 가방을 싸서 집을 나선다. 집 밖으로만 나와도 노인에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밤새 파티를 즐긴 듯한 젊은이들, 다 부서진 성문을 지키는 늙은 군인, 거인 나무꾼, 수다쟁이 선장 등 낯선 만남이 이어진다. 식당 주방장은 고기수프를 대접하며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하룻밤 묵은 호텔에서 만난 사람들은 “막상 가보면 이곳이 그리울 거요” “가 봐야 좋은 건 아마 잠시뿐일 걸?”이라며 그의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노인이 태풍까지 뚫고 기어코 섬에 도착했을 때 그의 어깨를 더 움츠리게 했던 큰 가방은 사라지고 없다. 초등 3학년 이상.

<빅 백(Big Bag)-섬에 가다>.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제공.
<빅 백(Big Bag)-섬에 가다>.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제공.
일본 유명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인 사노 요코가 쓰고 그린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의 주인공 98살 할머니도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해도 “하지만 나는 98살인 걸” 하고 대꾸하면서 익숙한 일만 한다. 할머니의 99번째 생일날, 고양이는 실수로 케이크에 꽂을 초를 5자루만 구해온다. 초를 끄며 “5살 생일 축하해”라고 스스로 말한 할머니는 다음날부터 진짜 5살이 된 것마냥 행동한다. 들판에서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뛰놀고, 5살짜리 고양이와 동갑내기 친구라도 된 양 함께 물고기도 잡는다. 할머니는 고양이에게 말한다. “나 어째서 좀 더 일찍 5살이 되지 않았을까. 내년 생일에도 양초 5자루 사 가지고 오렴.” 초등 1학년 이상.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상상스쿨 제공.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상상스쿨 제공.

<빅 백…>과 <하지만…>은 나이에 갇힌 삶을 깨고 나온 두 노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왜 노인 이야기가 어린이책에 등장할까? <하지만…>의 저자 후기가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는 가장 많이 어린이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걸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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