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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식민지 경성의 ‘B급 건축가들’

등록 2017-03-09 18:36수정 2017-03-09 18:59

잠깐 독서
경성의 건축가들
김소연 지음/루아크·1만5000원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를 암살하러 만주에서 경성으로 온 안윤옥(전지현)은 미쓰코시백화점에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그 화려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건물은 신세계백화점으로 바뀌어 지금도 명동 입구에 서 있다. 이 밖에도 덕수궁미술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고려대학교(옛 보성전문학교) 본관 등 일제강점기 근대건물들은 우리 일상 곳곳에 박혀 있다.

<경성의 건축가들>은 그 건물들을 만든 조선인 건축가들의 삶과 유산을 흥미롭고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박길룡, 박동진, 강윤, 박인준, 김세연, 이천승, 김해경(이상) 등 대부분 생소한 이름들. 1세대 조선 건축가들은 대부분 일제가 세운 경성고등공업학교에서 건축을 배웠다. 서구를 급하게 모방한 일본식 서구건축을 또다시 배우고 모방해야 했던, “짝퉁의 짝퉁을 만들던” 처지였다. ‘식민지의 근대건축가는 기껏해야 B급이겠지’라는 편견 속에 그들은 잊혀졌다.

건축가인 지은이는 조선, 서구, 일본식을 절충한 건물을 지었던 그들의 삶에서 모순과 역설, 그리고 나름의 분투를 읽어냈다. 조선인들에게 일제시대 근대건축이 식민지배의 수탈과 근대문명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이중성과 역설”의 공간이었던 것처럼, 그 시기 조선인 건축가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저항했다. 영세 미곡상의 장남으로 태어나 총독부 건물 공사에 참여하고 화신백화점을 설계해 이름을 날린 박길룡은 낮에는 총독부에서 일하고 밤에는 조선인이 의뢰한 주택과 사무소를 설계했으며, 건축사무소를 열어 식민지 조선 건축가들의 사랑방을 만들었다. 일본 지배하에서 반평생을 살고 건축가로 일했으나 해방 뒤 우리말 건축용어 찾기에 힘을 쏟은 장기인 같은 이도 있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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