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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태춘 노래에 실린 이인휘의 삶

등록 2017-03-02 19:27수정 2017-03-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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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간다
이인휘 지음/창비·1만2000원

이인휘(사진)의 소설 <건너간다>는 가객 정태춘에게 많은 빚을 진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정태춘·박은옥의 1998년 앨범 <정동진/건너간다>에 수록된 노래 제목이다. 소설은 정태춘의 또다른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로 문을 열고 닫는다. 이 노래 말고도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5·18’ ‘아, 대한민국’ 등 정태춘의 노래 10곡이 소설 곳곳에 주제곡처럼 박혀 있다.

이인휘 자신으로 보아 크게 무리가 없을 주인공 ‘나’는 정태춘을 모델로 삼은 가객 ‘하태산’의 삶을 소설로 쓰고자 한다. 노동자 출신 작가로 80년대 노동문학의 영광과 환멸을 온몸으로 통과해 온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와 구상 과정에서 하태산이 아닌 자신의 삶을 소설로 쓰기로 방향을 바꾼다. “하태산이 살아온 세월도 내가 살아온 세월이고 하태산이 겪은 수많은 곡절도 나 역시 겪고 살아왔다”는 판단에서다. 소설 <건너간다>는 이렇듯 주인공 작가가 자신의 삶을 소설로 쓰는 과정과 그 결과가 하나로 합쳐져 완성된 작품이다.

이인휘 소설가
이인휘 소설가
소설 속 현재시점에서 주인공은 호떡과 감자떡, 붕어빵 등을 만드는 식품공장에서 일을 하며 소설을 쓴다. 나이 든 여성들과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공장 노동자들을 악착같이 쥐어짜려는 사장, 평소 교류가 있던 목사를 중심으로 한 간첩단 사건에 주인공을 옭아 넣으려 획책하는 정보기관이 그를 괴롭힌다. 이런 현실은 대학을 중퇴하고 노동자로 살며 글을 써 온 지난 삶과 포개진다. 형식적 민주화가 이루어졌고 살림살이도 나아지긴 했지만,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념과 사상의 자유를 옥죈다는 점에서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소설 들머리에서 주인공이 차량용 시디플레이어를 통해 듣는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꺼져버린 촛불,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세상, 절규하듯 사람들을 향해 희망을 외치는” 노래로서 소환된다. 이 노래는 소설 말미에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하태산이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나와 직접 부르는 노래로서다. 실제로 정태춘은 지난해 11월12일 촛불집회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같은 노래임에도 소설 초입과는 달리 한결 적극적이고 희망적이다. 정태춘의 노래가 주는 두가지 상반된 느낌이 소설의 주제를 이루는 형국이다. <건너간다> 출간을 기념해 23일 저녁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는 작가 이인휘와 정태춘이 참여하는 북콘서트가 마련된다.

최재봉 기자, 사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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