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라 지음/휴·1만4000원 “요즘 아이를 키우면서 한없이 행복하다가도 문득 우울해집니다. (…) 박사과정을 밟던 중 임신을 했고, 지금은 휴학상태예요. 애교 많은 아이를 보면서 엄마라는 이름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매일 깨닫고 있어요. 아들 하나만으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는데 요즘 갑자기 삶에 대한 회의가 들어요.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만날 수 없고, 집에 오는 손님이라 해봤자 시댁 식구와 친정 엄마뿐이니 외톨이가 된 느낌이네요. (…) 우울증인가 싶지만, 분명 저 행복하거든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토끼언니) 익숙지 않은 일에 초보 엄마들은 그야말로 매일이 ‘멘붕’이다. 아이 돌봄부터 가족·직장동료·이웃과 관계맺는 법까지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잘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는 벽에 부딪쳐 자책하고 무력감을 느낀다. ‘행복한데 우울하다’는 말이 초보 엄마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일지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이처럼 아이가 생긴 후 달라진 환경에 전전긍긍하는 초보 엄마들의 고민과 그에 따른 해법을 담은 책이다. 책은 엄마가 어떻게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아이를 따뜻하게 돌볼 수 있는지, 자기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지 조언한다. 마음 칼럼니스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 박미라가 선배 엄마로서 초보 엄마들의 각종 고민을 상담해주는 형식으로 엮었다. 애를 낳고 키우고 일하면서 느낀 바를 <초보 엄마 파이팅!>(1994) <엄마 없어서 슬펐니?>(2002) 두 권의 책으로도 낸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앞선 책들의 주제와 같은 ‘엄마가 행복한 육아’를 강조한다. 책은 엄마들이 저자에게 보내온 53개의 사연을 담았다. 각 사연엔 엄마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 육아와 아이 교육에서 느끼는 어려움, 엄마가 되면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 육아를 하며 가족과 겪는 갈등들이 녹아있다. 아기를 싫어하는데 의도치 않은 임신을 했다며 “제가 엄마 자격은 있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단호하게 “엄마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출산 후 내 인생이 사라진 것 같아 우울하다”는 하소연에는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며 육아과정을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 삶이 더 풍부해진다고 다독인다. “별일 아닌데도 남편에게 자꾸 화를 내는 게 육아 스트레스 때문일까요?”라며 괴로워하는 초보 엄마에게는 “감정적인 문제를 육아 스트레스로 단정 짓고 나면 아이가 다 자라기 전까지는 해결할 길이 없어지게 된다”며 내 안의 감정을 좀 더 깊고 면밀하게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덮어놓고 육아에 책임을 돌리지 말고 남편에게 실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스스로가 분노를 억압하고 살다가 한계에 봉착한 것인지 등 객관적인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저자는 엄마들이 공감할 만한 공통된 질문에 경험으로 쌓은 해법들을 풀어놓는다.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할까 고민하는 엄마에게는 스스로를 유리천장에 가두지 말라고 조언하고, ‘전업맘’들에게 치이는 느낌을 받는 ‘직장맘’에게는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아이 성품을 걱정하는 엄마에겐 아이 인생을 미리 추측해 고민하지 말라며 느긋해질 것을 권한다. “자신을 위한 의미있는 삶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저자는 엄마도 아이만큼 귀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서툴고 좀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이를 염려하는 만큼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해주세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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