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설립자이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인 한국염(68·사진) 목사가 이주여성운동의 역사를 담은 책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한울)를 펴냈다.
지난달 24일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는 이주여성과 교계인사, 여성활동가 등 86명이 참석했다. ‘이주여성의 대모’로 불리는 한 목사는 남편 최의팔 목사와 함께 창신2동에서 청암교회를 열며 민중목회 활동을 시작했다.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그는 1996년에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를 만들었다. 2001년에는 부설기관으로 여성이주노동자의 집을 만들어 이주여성들을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모태가 된 곳이다.
책은 한 목사가 이주여성들을 위해 걸어온 길이자 한국이주여성센터가 15년간 해온 일을 기록한 것이다. 외국 여성들의 유입·정착·귀환 문제, 이주여성의 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 글로컬 이주여성운동 등을 망라했다.
이날 열린 북토크에서 한 목사는 “다문화사회라고 하면서 다문화주의적으로 살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 사회에서 높아져만 가는 ‘이주민 혐오’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모두에게 ‘다름’은 존재하는데 왜 굳이 국적, 인종, 성을 따져가면서 이방인이라고 차별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모두가 서로에게 빗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주여성운동을 해오면서 느꼈던 어려움도 토로했다. “해방신학, 민중신학을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은 피해 당사자가 역량을 키워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강조했지만, 정작 이주여성 문제에서는 그런 주장이 ‘교과서’에 머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주여성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체류권이다. 국적 취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목소리를 냈다가 추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목사는 이런 상황에서 대신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 곧 ‘선주민’의 구실을 강조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주민 여성들은 선주민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적 성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면서 “한국여성운동과 이주여성운동은 동시대적인 측면에서 가부장제를 타파하는 파트너로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대표자리를 내려놓은 한 목사는 “앞으로도 이주여성 제도 개혁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내가 존경하는 분들은 항상 시위대 맨 앞에 계셨던 어르신들인데, 그 분들처럼 여성운동 현장에 있고 싶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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