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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돈 때문에 위조한다고? 천만에!

등록 2017-02-23 18:47수정 2017-02-23 20:20

잠깐 독서
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지음, 오숙은 옮김/학고재·2만2000원

위작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미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화가와 작품 소유자, 감정전문가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만나 진위를 가렸다.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진품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우환 화백의 경우는 정반대다. 위작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두고 경찰이 위조꾼까지 잡아 진품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 화백은 “모두 내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미술범죄 전문가가 쓴 <위작의 기술>은 이렇듯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위조에 관한 이야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름다운 철물상 여인>, 라파엘로의 <분홍마돈나> 등을 비롯한 다양한 위작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진작과 위작의 판별이 쉽지 않은 이유를 전한다.

위조꾼들은 특정 작품을 베껴 진짜로 둔갑시키거나 유명 작가의 화풍으로 작품을 만든 뒤 새로 발견된 것인 양 시장에 내놓는다. 과학적 분석법까지 통과할 만큼 빼어난 실력과 기술은 기본이다. 미켈란젤로도 위조꾼으로 미술 경력을 시작했다. 고대 로마 조각을 가짜로 만들어 팔다가 들통났으나 운 좋게도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피에타’로 명성을 떨치면서 그의 과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거장이 위조 환경을 부추기기도 했다. 살바도르 달리는 다른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 넣도록 서명만 한 빈 캔버스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이익을 나누는 대가로 자기 화풍으로 그린 위작을 직접 그렸다고 승인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위작 판별이 더욱 어려운 까닭이다.

저자는 위조꾼들이 끊임없이 위작을 만드는 요인으로 천재성, 자존심, 복수, 명성, 기회주의, 돈, 권력을 꼽는다. 그중 ‘자존심’은 수집가, 학계, 전문가들의 기득권과 관련이 있다. 위조꾼을 자극하는 첫 번째 동기도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미술계 기득권에 대한 복수라는 것이다.

책은 “위조가 단순한 사기에 그치지 않고 학계까지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범죄”임을 다시 강조하면서 미술계에서 위작 논란을 없앨 해법까지 고심해 제안한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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