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나라에 간 프리다와 디에고
파비안 네그린 글·그림, 김양미 옮김/톡·1만4500원
만남
백지원 지음/봄봄·1만3000원
빼곡한 글자 대신 아름다운 그림이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이 있다. <해골 나라로 간 프리다와 디에고>, <만남>이 그런 책이다. 두 책은 명화같은 그림을 담았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상반된 그림책이다. <…프리다와 디에고>가 어린이책으로서는 흔치 않은 큰 판형(255×345㎜)을 신비한 이야기와 화려한 색채로 빈틈없이 꽉 채우고 있다면, <만남>은 글자 한 자 없이 새하얗고 깨끗한 그림만 가득하다.
<…프리다와 디에고>는 멕시코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가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평생 장애를 가졌던 프리다와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디에고의 사랑은 잘 알려진 이야기. 이 책을 지은 파비안 네그린은 프리다와 디에고를 아이로 설정해 어린이들이 두 사람의 삶과 그림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책의 배경은 멕시코 전통 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이다.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를 기리는 이날, 멕시코 사람들은 공원과 가정에 제단을 차리고 죽은 이들을 기린다. 어린 프리다가 설탕으로 만든 해골 사탕을 할아버지 제단에 올리던 중 디에고가 자신의 단짝인 스피노자를 껴안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샘이 난 프리다가 디에고의 배를 머리로 들이받고, 놀란 디에고는 도망가다 구덩이에 빠진다. 디에고를 따라 구덩이에 들어간 프리다는 그곳에서 춤을 추는 해골 무리를 만난다. 프리다와 디에고는 “학교에 갈 필요도 없이 함께 재밌게 지내자”는 해골 부인의 말을 뿌리치고 땅 위로 올라온다.
프리다를 소재로 한 어린이책은 그간에도 많이 나왔다. 출판사 톡은 “프리다와 디에고, 디에고의 스승인 유명 판화가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의 해골 작품까지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6살 이상.
<만남>은 글자 한 자 없는 그림책이어서 보는 이에 따라 상상의 여지가 크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주인공인 에스키모 소녀가 집에서 나와 눈밭을 걸어간다. 얼음을 깨고 낚시를 한 뒤 잡은 물고기를 들고 어딘가로 향하는데 눈발이 심해진다. 잠시 어느 이글루에 들어간 소녀. 그곳에서 아픈 흰곰을 만난다. 소녀는 자신이 가진 담요를 덮어주고, 물고기도 나눠주며 흰곰을 돌본다. 서먹했던 둘은 곧 친구가 되고, 함께 밖에 나가 낚시·숨바꼭질 등을 하며 신나게 논다. 한참을 놀던 그들에게 찾아온 이별의 시간. 흰곰에게 다른 흰곰이 찾아온다.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소녀는 흰곰을 꼭 껴안아주고 보내준다.
만남과 이별을 겪는 소녀의 이야기에서 소녀는 왜 혼자서 낚시를 하러 나왔을까. 그들을 찾아온 흰곰은 가족이었을까, 연인이었을까, 친구였을까. 글을 생략한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가 나눌 대화가 무궁무진하다. 3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