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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못 찾겠다 꾀꼬리 어디어디 숨었나

등록 2017-01-26 17:48수정 2017-01-26 19:57

아이들 눈높이서 숨바꼭질 재해석
커다란 코끼리, 왜 눈에 안 보일까
숨바꼭질
이석구 글·그림/ 한울림어린이·1만2000원

우리 집에 코끼리가 숨어 있어요!
데이비드 바로우 글·그림, 이명희 옮김/마루벌·1만원


“소윤아, 일어나야지.”

아침잠을 깨우는 엄마 목소리에 아이는 눈 뜨자마자 숨바꼭질 놀이를 시작한다. 침대에서 조심조심 내려와 방문 뒤에 숨고, 거실로 살금살금 나가서 인형들로 몸을 가려보더니 이내 소파 옆에 납작 엎드린다. 더 좋은 숨을 곳이 없을까. 커튼 뒤로 숨었는데 “어머, 우리 딸이 어디 갔지?” 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 신나.’

이때부터 엄마는 아이가 보여도 안 보이는 거다. 엄마도 숨바꼭질 놀이 시작. 커튼 밑에 발이 보이는 아이를 보고 웃더니 부엌으로 가 숨는다. 술래가 바뀐 걸 눈치챈 아이는 “나 엄청 잘 찾는데~” 하며 엄마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냉장고, 부엌 수납장, 화장실도 찾아봤는데 엄마가 없다. 어디 갔지?

<숨바꼭질>은 미취학 연령의 유아들이 좋아하는 숨바꼭질 놀이를 소재로, 아이 있는 집의 평범한 아침 풍경을 그렸다. 입을 벌리고 볼록 튀어나온 하얀 배를 드러낸 채 잠을 자는 아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각종 장난감과 그림책 등이 가득한 집 안 풍경은 특별하지 않아 더 정감이 간다.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 지원 당선작. 3살 이상.

한울림어린이 제공
한울림어린이 제공
<우리 집에 코끼리가 숨어 있어요!>도 숨바꼭질 놀이가 소재인 ‘유머’ 그림책이다. 아이의 놀이 대상은 엄마가 아닌 코끼리. 집 안에 숨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코끼리가 아이에게 먼저 숨바꼭질 놀이를 제안하며 말한다. “아마 날 찾긴 힘들 거야. 내가 진짜 진짜 잘 숨거든.”

코끼리가 진짜 잘 숨는 건지, 아이가 잘 못 찾는 건지 숨바꼭질 놀이는 한참 이어진다. 코끼리가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어도, 커튼으로 몸을 반밖에 못 가리고 숨어 있어도 아이는 코끼리를 찾지 못한다. 코끼리가 안 보이는 건 아빠 엄마도 마찬가지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아빠는 코끼리가 텔레비전을 들고 있는데도 “못 봤다”고 말한다. 마당에서 꽃화분에 물을 주는 엄마도 창고로 위장한 코끼리를 못 봤는지 “어딘가에 있겠지. 잘 찾아보렴” 하고 말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아빠 엄마 눈에는 코끼리가 안 보이는 걸까, 보이지 않는 척하는 걸까.

마루벌 제공
마루벌 제공
이 책은 단순히 숨어 있는 코끼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시각에서 바라보는 놀이를 재해석해 그려 흥미롭다. 아이들은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면 똑같이 남들에게도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눈이나 얼굴만 가리고 숨은 커다란 코끼리가 이런 아이들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엄마 아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코끼리의 존재도 궁금하다. 아이가 놀고 싶은 마음에 만든 상상 속의 동물은 아닐까. 간결하고 쉬운 글과 함께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책은 영국에서 유망 그림 작가에게 주는 세바스찬 워커(2015) 상을 받았다. 4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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