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씨와 덕봉이
김리리 글, 오정택 그림/ 문학동네어린이·1만원
엄마 사임씨의 꿈은 아들 덕봉이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인물로 키우는 거다. 없는 살림에 낡은 자동차를 마련한 사임씨는 덕봉이를 태우고 좋은 학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덕봉이는 다니는 학원 수가 늘어날수록 고달팠지만 밤잠 못 이루며 고생하는 엄마한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못한다. 실망시킬 수가 없어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임씨가 몸져눕고 만다. 덕봉이는 엄마가 걱정되는 마음에 만병통치약이라고 알려진 약수를 뜨러 산에 갔다가 산신령을 만나고, 특효약을 받아와 엄마에게 먹인다. 그런데 약을 먹은 엄마는 그만 꼬맹이가 된다. 졸지에 아이가 된 엄마를 돌보게 된 덕봉이.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꼬맹이를 보며 덕봉이는 가난해서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다는 엄마의 말이 퍼뜩 떠오른다. “그래, 엄마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면 엄마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할 지도 몰라.”
그날부터 덕봉이는 꼬맹이가 된 엄마를 키운다. 다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엄마가 자신을 가르치던 방식대로 학원에 보내고, 공부도 시킨다. 하지만 꼬맹이는 졸기 일쑤고, 종일 놀자고만 조른다. “엄마, 힘들어도 학원은 꼭 다녀야 해요”라고 말해보지만 꼬맹이는 만화가가 꿈인 열살 또래 친구, “꿈이 없다”는 고등학생 누나로 계속 변한다. 공부가 지겨워서 빨리 어른이 되는 게 꿈이라는 고교생 엄마에게 괜히 미안해진 덕봉이가 “죄송하다”고 말하자, 고교생 엄마는 말한다. “내가 꿈이 없는데 네가 왜 죄송해.” <사임씨와 덕봉이>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 역전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꿈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덕봉이는 엄마가 잃어버린 꿈을 만나고, 사임씨는 덕봉이가 입 밖에 꺼내지 못한 말들을 깨달으며 ‘함께 즐거운 오늘’을 사는 방법을 찾는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아이에게, 학원 수를 늘려주는 것이 꼭 좋은 뒷바라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글을 쓴 김리리와 그림을 그린 오정택은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 <뻥이오, 뻥>에 이어 다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초등 1~2학년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