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러셀 프리드먼 지음, 손정숙 옮김/비룡소(2009) 육체의 성장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여전히 성장에 마음이 끌린다. 특히 나약한 보통 사람이 어떻게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인간의 놀라움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 속에 이런 인물들이 있다. 예컨대 링컨도 그렇다. 우리는 그를 노예제를 폐지한 미국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링컨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는 삶 속에서 내내 성장했고 마침내 위대해졌다. 그의 말처럼 ‘천천히 걸을지언정 결코 뒤로 걷지는’ 않았다. 어린이들에게 인물 이야기를 권하는 이유는 업적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시련을 어떻게 이겨나갔는가를 말해주기 위해서다. 세 차례나 뉴베리상을 수상한 러셀 프리드먼은 <링컨: 대통령이 된 통나무 집 소년>에서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정직한 에이브’의 전설과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자라 백악관에 입성한 소년의 신화를 넘어 링컨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담아냈다. 링컨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박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야심이 많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품었다. 또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했지만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을 겪은 후 침울한 사람이 되었지만, 연설할 때만은 활기가 넘쳤다. 오랜 연습으로 유창한 말솜씨를 지닌 훌륭한 연설가가 되었고 뛰어난 연설문을 썼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이후 30년 가까이 링컨은 정치가로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때 그의 전략은 여러 정치 세력들이 가장 무난하게 받아들일 만한 후보감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된 후 노예 제도 폐지에 관한 생각도 변화했다. 처음 링컨은 남북전쟁을 하나의 미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남부의 주들이 미국에서 떨어져 나가 노예 제도를 인정하는 나라를 세우겠다며 남부 연합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노예 제도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여겼고 전쟁의 1차 목표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며 생각은 진전했고, 노예해방 선언과 미국에서 노예 제도를 완전히 금지한다는 내용의 수정 헌법 제13조를 통과시켰다. 1863년 남북전쟁에서 죽은 수많은 병사들을 위해 게티즈버그에서 국립묘지 개관식이 열렸다. 링컨은 그 자리에서 2분 정도의 아주 짧은 연설을 했다.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이다. 요지는 ‘남북전쟁은 민주주의의 이념을 가진 정부가 과연 이 땅에 버텨 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대’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역시 비슷한 시험대에 서 있다. 100년도 훨씬 전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아직도 근현대사에 링컨만큼 존경스럽고 성공한 인물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초등 5학년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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