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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명교류 떠난 역사의 발전은 없다”

등록 2005-11-03 20:07수정 2005-11-04 15:56

한국속의 세계 상·하<br>
정수일 지음. 창비 펴냄. 각권 1만3000원
한국속의 세계 상·하
정수일 지음. 창비 펴냄. 각권 1만3000원
잠깐독서
“문명교류는 서로의 삶을 소통시키는 현장이기도 하다. 문명은 언제 어디서 창출되든 간에, 모방성이란 속성으로 인해 널리 퍼지고 받아들여져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문명교류를 떠난 역사의 발전이나 인류의 생존은 상상할 수 없다.”

<씰크로드학>으로 문명교류사 연구의 새 장을 닦은 정수일 교수는 새 책 <한국속의 세계>(창비 펴냄) 상권의 첫장에서 서술의 전제를 밝혀놓고 있다. 이 전제는 책의 첫 주제인 단군신화부터 마지막 49번째 주제인 이음길 씰크로드까지 철저히 관철된다. 그가 소개하는 한국 역사, 문화 속의 여러 사건과 유물, 유적들은 당대의 외부 문명을 본떠 이식한 뒤 재창조한 교류 산물로서 해석된다. 은둔의 왕국, 아침의 나라란 이땅의 별칭을 저자는 경멸한다. 상권에 따르면 단군신화는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와 구조상 대응되며 청동기 세형 동검은 유럽의 안테나식 칼자루에 북방 유목문화의 동물장식이 결합된 문명 융합물이다. 상감구슬, 유리제품 등의 신라 공예품들은 후기 로마문화권 유물에 해당하며 그리스, 북방 유목민 사이에 쓰인 뿔잔(리톤) 또한 신라 유물에만 전승된다. 백제 무녕왕릉은 북방유목민, 그리스·로만 계통의 금속장식물과 서아시아풍 구슬, 유리제품 따위로 채워진 문명교류의 용광로였다고 기술된다.

하권은 중근세 종교교류사 중심이다. 경주 출토 성모상과 발해 솔빈부 십자가 유물에서 동방기독교의 흔적을 일러준 뒤 간단 없이 이어진 무슬림 교류사를 많이 다루었다(저자는 무슬림이다). 고려·신라와의 이슬람 교역사, 원나라 때 고려 땅에 관리로 들어온 서역 무슬림 귀화 과정, 임금 조례에까지 참석했다는 조선 초 무슬림 이주민들의 삶 등을 서술했다. 겨레의 심성 안에 깃들었던 세계성의 실체를 저자는 그의 잣대인 ‘교류사적 이해’에 따라 ‘세계와의 공시적 관계 속에서 해석하고 성찰’하려 했다. 책 내용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겨레>에 연재했던 ‘정수일의 문명교류기행’원고들을 묶어 다듬고 보탠 것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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