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의 가사는 다소 섬찟한데, 무려 8절까지 이어지는 후렴구는 더욱 그렇습니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 / 행진하자 행진하자/ 저들의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 이 노래는 프랑스 혁명 초기인 1792년, 한 프랑스군 중대장이 혁명 선전 벽보에서 영감을 받아 하루 만에 지었다고 합니다. <음악과 함께 떠나는 세계의 혁명 이야기>(조광환·살림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보면, 흥겨운 리듬으로 유명한 라틴아메리카의 명곡 ‘관타나메라’(관타나모의 여성 농민)도 실은 혁명의 노래라고 합니다. ‘죽기 전에/ 이 가슴에 맺힌 시를 노래하리라/ (…) /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이 한 몸 바치리라’. 쿠바의 시인이자 혁명가였던 호세 마르티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인데, 마르티는 스페인 식민 통치 시절 무장봉기를 이끌다가 전사했습니다. 그가 봉기를 일으킨 1894년은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해이기도 합니다.
혁명가 체 게바라를 위한 추도곡 ‘아스타 시엠프레 코만단테’(사령관이여 영원하라)는 미국의 포크 가수 존 바에즈 또한 불렀습니다. 그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옛 연인 밥 딜런보다 훨씬 의식 있고 저항적인 음악인으로 평가받지요. 바에즈가 노래한 ‘위 섈 오버컴’(우리 승리하리라)은 대표적인 저항가입니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 등 최근까지 거리에서 노래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은 그는 이런 말을 남겼네요.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뿐이다.”(<존 바에즈 자서전>, 이운경 옮김, 삼천리, 2012) 어떻게 살지 결정하려고 결심한 누군가는 오늘도 거리에 나갈 텐데요, 과연 그곳에선 어떤 노래가 울려퍼질까요.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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