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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쿠타가와상 작가가 관찰한 ‘회사원 깨알 생존기’

등록 2016-10-27 19:31수정 2016-10-27 20:07

잠깐 독서
어쨌든 집으로 돌아갑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김선영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회사원들의 생존기를 깨알같이 그려 주목받고 있는 ‘오피스 라이프’ 작가 쓰무라 기쿠코(38)의 소설집 <어쨌든 집으로 돌아갑니다>가 나왔다. 악천후를 뚫고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세 명의 회사원들의 이야기가 표제작이다.

“무인양품에서 파는 과자 중에 ‘집에서 뒹굴뒹굴’이라는 게 있거든. 난 지금 온통 그 생각뿐이야.” “월급을 안 올려줘도 좋고 여자 친구가 안 생겨도 좋으니,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어요!” 퍼붓는 빗줄기 사이로 오가는 직장 선후배 하라와 오니키리의 대화를 들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호우경보가 내린 금요일 저녁, 간척지와 육지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 무료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연결다리에선 연쇄추돌 사고가 나서 인도마저 막혔다. “오늘은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회사원 사카키의 우천 퇴근길도 불가능한 미션처럼 보인다. 주말은 이혼으로 인해 함께 살지 못하는 아들을 만나는 날. 빗물은 바지를 타고 올라 우의 안의 속옷까지 적시고, 귀가를 향한 온갖 노력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일깨운다.

표제작 외에 직장 상사와 다양한 군상의 동료들을 관찰해 4가지 에피소드로 버무린 단편 ‘직장의 매너’와 피겨스케이팅 관전이 취미인 동료를 ‘디스’하는 이야기 ‘바릴로체의 후안 카를로스 몰리나’를 담았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다운 필력에 행간마다 유머가 스며들었다. 여직원 다가미는 작업 마감 시간을 늦춰 말하는 기술로 망나니 직원에게 ‘복수’한다. 어떻게든 회사에서 살아남아야겠단 생각을 할 때마다 움켜쥐는 애장 만년필을 잃어버린 나는 남의 용품을 아무렇게나 갖다쓰는 마미야 때문에 속을 끓인다. 그렇더라도…, 어쨌든 집으로 돌아간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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