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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국회라는 진흙 구덩이에서 건져 올린 시들

등록 2016-10-20 20:37수정 2016-10-20 20:55

사월 바다
도종환 지음/창비·8000원

도종환(사진) 시인은 201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뒤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현역 정치인이다. 비례대표 의원이던 지난 연말 국립문학관 건립을 포함하는 문학진흥법 제정을 주도한 것이 그였다. 지역구 의원이 된 올해에도 미르재단 문제에서 문화예술위원회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그는 현안의 한복판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월 바다>는 전작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2011) 이후 5년 만에 펴낸 그의 열한번째 시집이다. 시집에 실린 시 대부분은 의정 활동 기간 중에 쓰인 것들이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진흙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 속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 묻는다. 현실이라는 예토(穢土) 자체가 진흙 구덩이이겠거니와, 그 더러운 현실의 온갖 모순이 집결해 각축을 벌이는 국회는 더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그가 <서유기> 이야기를 시로 쓴 연작에서 “그 짐승들 데리고 천축까지 간다”(‘서유기 4’)고 다짐하듯 말하는 것이 그의 국회 입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연작에서 시인은 “내 안에도 저런 원숭이 같은 게 있으리라”(‘서유기 1’) 또는 “내가 저 짐승과 다를 게 없다”(‘서유기 2’)라며 자기를 돌아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도종환 시인
도종환 시인
“우리가 꾼 꿈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별에게 묻고/ 별이 대답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꿈꾸고 사랑하고 길을 떠나자고 속삭였다/ 그것들이 내 불행한 운명이 되어가는 걸/ 별들이 밤마다 내려다보고 있었다”(‘별을 향한 변명’ 부분)

현실을 바꾸고자 진흙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그이지만, 시시로 몰려오는 회의와 낙담을 모른 척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다독이고 다그친다. “인간 정신의 진보를 믿는/ 이상주의자이며 지치지 않는 낙관주의자”(‘격렬한 희망-스테판 에셀을 위하여’)를 그는 꿈꾸기 때문이다.

시집 제목은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시인의 영혼에도 지울 수 없는 불도장을 찍은 2014년 4월의 세월호 침몰을 가리킨다.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 자식 잃은 많은 이들이 바닷가로 몰려가 쓰러지고/ 그것을 지켜보던 등대도/ 그들을 부축하던 이들도 슬피 울었다/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 /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화인(火印)’ 부분)

글 최재봉 기자,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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