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욘 그나르 지음, 김영옥 옮김/새로운발견·1만2000원 농담처럼 시작했으나 참신하고도 진지한 ‘참여정치’의 열매를 일군 정치인이 있다. 급조한 정당이 열광적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수도의 시장으로 당선된 사람. 엉겁결에 ‘정치인’이 됐으나 기존의 어떤 직업 정치인보다 멋지게 4년 임기를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을 해체한 뒤 본디 자리로 돌아간 사람.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시장(2010~2014년)을 거친 욘 그나르(49)다. 그의 제자리는 코미디언이었다. 그나르가 쓴 <새로운 정치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는 부제 그대로 ‘레이캬비크 시장이 된 코미디언의 유쾌·상쾌·통쾌한 정치 성장기’다. 그러나 책의 주인공은 그 혼자가 아니다. 그야말로 평범한 시민들이 기적처럼 이뤄낸 정치실험의 성과물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나르는 어릴 적 발달장애로 온갖 사회 부적응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공산당원이었고, 어머니는 극우정당 지지자였다. 그에게 정치는 “바보 같고 짜증나며 지루한 데다, 공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펑크록과 무정부주의에 심취했다. 정규교육을 못 받고 인기 코미디언이 된 그는 2009년 정치 변화와 새로운 사회를 내걸고 ‘최고당’을 창당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민 삶이 파탄나고 정치 불신이 극심했던 때였다. 그는 가정 보호, 소외계층 혜택, 부패 척결, 부채 경감 등 복지·경제 정책으로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하고 양성평등, 아이들과 장애인의 무료 치과 진료, 모든 국민 수영장 무료입장 및 수건 제공 같은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정치까지 촘촘하게 구현했다. 유머가 넘치는 새로운 시민민주주의의 탄생이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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