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미국 심리학자 수전 앨버스는 <음식 없이 나를 위로하는 50가지 방법>(2013)에서 ‘먹는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신체적 허기, 스트레스성 허기, 감정적 허기. 뒤의 두 가지는 자기 위안용 ‘가짜 허기’라고 합니다. 진짜든 가짜든 허기의 책임은 대개 ‘양육자’인 엄마들이 져왔습니다. 근대화 이후 엄마들은 제대로 된 ‘집밥’을 차려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도모하고 가족 전체의 신체적, 감정적 안정성에 기여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니까요.
말은 참 쉽습니다만, 가사와 양육은 쉼 없는 노동 아닌가요. 요즘은 엄마 되기의 어려움에 대한 새 책들도 많이 눈에 띕니다. 이번주에는 엄마들의 ‘진짜 현실’을 다룬 <요즘 엄마들>(이고은 지음·백두리 그림, 알마)과 <엄마됨을 후회함>(송소민 옮김, 반니)이 나왔습니다. <엄마됨을…>을 쓴 이스라엘 사회학자 오나 도나스는 “넌 아이가 없는 것을 분명 후회할 것”이란 얘기에 모성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가 6년 동안 만난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를 분명 사랑하지만 엄마가 된 것을 후회했다고 하는군요. 특히 엄마 노릇과 직업 사이 줄다리기, 배우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체계적 지원 결여의 문제를 다수가 꼽았다고 합니다. 엄마들이 실제로 육아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사회와 국가가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거죠.
최근 한국 출산율은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가족의 신체적 허기와 심리적 허기를 동시에 달래주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음식이 아니라도 좋지 않을까요. 서로 위로와 우정을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요. 감정적 허기를 느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홀로 책을 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 합니다. 오독으로 이상한 주장을 펼칠 우려만 빼면 민폐 끼치지 않고 부작용도 적을 듯한데 말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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