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우리 삶을 말하다(상, 하)김기현 지음/민음사·각권 27000원
주역은 본디 점치는 책이지만, 고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오랜 사유와 경험에 바탕하고 있는 만큼 인간사에 대한 무궁무진한 철학과 지혜를 담고 있다.
<주역, 우리 삶을 말하다>는 일찌기 선비정신을 새롭게 조명한 <선비: 사유와 삶의 지평>(2010)을 통해 유교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넓은 학식을 보여준 바 있는 김기현 전북대 교수(윤리교육)의 주역 해설서이다. 주역 해설에 대한 정통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어 신뢰감을 준다. 지은이는 주역 64괘 각각에 대해 나름의 독자적인 해설을 가하고, 이어 각괘의 괘사와 괘상, 효사를 차례로 풀이하고 있다. 관점은 의리역(義理易)에 바탕한다. 주자(朱子) 이래 성리학자들은 점서(占筮) 중심의 상수역(象數易)보다는 주로 의리철학의 관점에서 주역을 이해하고 해석해 왔다. 이 책은 그 연장선에서 상수역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다만 경문 번역에서는 “반역적”이란 지은이 자신의 말처럼 현대적 사고와 문법을 과감하게 채용하고 있다. 한자문화에 익숙치 않은 한글세대의 주역 읽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역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역 27번째 이(頤)괘의 괘사 ‘정길 관이자구구실(貞吉 觀頤自求口實)에 대해 주자는 ‘바르면 길하다. 남의 입을 보고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한다’고 풀이한 반면, 지은이는 ‘가꾸기를 올바르게 하라. 행복을 알리라. 자신을 어떻게 가꾸고 있는지 입만 채우려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로 푼다. 직역과 의역의 차이가 있으나, 전체적이 내용은 다같이 정도(正道)와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