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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김영란법’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등록 2016-09-01 19:11수정 2016-09-01 19:27

책거리
진작부터 벼르던 책 한권을 샀습니다. 누군가 “그 책”을 선물해달라고 오래 졸랐기 때문입니다. 차일피일 미룬 건 책값 때문이었습니다. 7만원이 훌쩍 넘었거든요. 책을 사면서 이 돈 가운데 저자가 가져가는 몫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글밥을 먹고 사는 작가 특히 소설가를 꿈꾸지만, 사실 집필 노동에 대한 대가는 너무도 적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품을 제외하면, 전업 작가의 재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어느 출판인의 말을 들어보면, “문학의 경우 1만부가 팔리면 베스트셀러인데 그때 작가의 몫은 1200만원 정도”라고 했습니다. 부지런히 써봐야 1년에 장편소설 한권 내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최근 6년 만에 신작 장편 <뜨거운 피>를 내놓은 소설가 김언수씨가 신문사를 찾았습니다. 인터뷰어 안창현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김 작가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뼛속까지 내려가’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등단 뒤엔 장편을 쓰느라 살던 옥탑방을 빼 한적한 강원도 어딘가에 스스로를 감금시킨 채 1600매가 넘는 장편을 썼다지요. 그러고도 써놓은 작품을 회의하며 어느 폐교 운동장에서 목놓아 울었다고도 했습니다. 많은 책의 갈피마다 이처럼 저자들의 피땀과 진한 눈물이 배어 있을 겁니다.

영상작가이자 저술가인 히토 슈타이얼은 <스크린의 추방자들>에서 오늘날 미술 산업에 대해 “무급 노동이 가장 보편화된 산업”이라고 밝힙니다. 책을 쓰는 작가들 또한 사정이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국내 소설은 책값이 대부분 1만5000원 안팎입니다. 공직자들에게 두어권을 사주어도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으니 괜찮은 수준인 듯합니다. 이번 추석 선물로 한번 고려해보시면 어떨까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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