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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너는 누구냐고 묻는 이들에게

등록 2016-08-25 19:58수정 2016-08-25 20:02

책거리
예전 어느 선배는 전화예절만큼은 눈물이 쏙 빠지도록 후배들을 교육시켰습니다. 전화를 걸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먼저 밝힌 뒤에 찾는 사람을 바꿔달라고 하라는 것 등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지요.

자이니치 2세 학자로서 한일 현대사상사 연구에 천착해온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학 명예교수가 쓴 <자이니치의 정신사>가 번역돼 나왔습니다. 반강제적 이주, 해방, 분단, 어지러운 동북아 정세 속에서 재일조선인들은 평생 ‘당신은 누구냐,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받아왔을 것입니다. 정치적 견해나 이데올로기에 따라 이들을 일컫는 명칭조차 자이니치, 재일조선인, 재일동포, 재일교포, 재일한국인, 재일코리안 등으로 나뉩니다.

신간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를 보면, 판매직 노동자들은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입니다”라고 인사합니다. 브랜드명이 곧 자신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백화점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철저히 ‘을’인 비정규직이 대부분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관련 법들이 시행되며 ‘신분’이 달라진 탓입니다. 경제위기의 책임이 여성노동자들에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조직생존과 경제회생을 위해 약자가 희생해야만 했을까요.

요즘은 만만한 약자·소수자들에게 ‘너는 누구냐’고 묻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이번 칼럼에서 “소수자에게 향해지는 질문들은 대개 권력이 행사되는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물음은 “타자화의 종결”이자 “배제와 분할의 시작”이라는 얘기지요. 이렇게 위계적 시선으로 ‘너는 누구냐, 어느 쪽이냐’고 묻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군요. 당신 자신은 정녕 누군지 아느냐고.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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