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박태균·정창현 지음/역사인·1만5000원 1947년 7월19일 서울 혜화동 로터리,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인기 정치인이자 좌우합작운동의 중심에 있던 여운형이 쓰러졌다. 파출소 앞에 서 있던 트럭 한 대가 갑자기 달려 나와 여운형의 자동차를 정지시켰다. 암살범은 후면 범퍼에 올라타 여운형의 심장을 저격했다. 그의 죽음은 곧 분단을 의미했다. 남과 북의 정치세력, 모스크바 3상 협정 지지 세력과 반탁 세력을 묶을 중심축은 여운형밖에 없었다. <암살>은 해방정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정치지도자 5인의 암살 사건을 다뤘다. 암살범들의 증언과 관련 회고록, 뒤늦게 공개된 미군정의 자료와 러시아 비밀문서에 기반해 분단으로 귀결된 ‘비극의 서막’을 조명한다. 자주적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미·소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좌우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결정적 순간에 그 중심에 선 정치인이 암살되면서 현대사가 뒤틀렸다는 데 지은이들은 주목한다. 해방된 지 한 달도 안 돼 발생한 현준혁 평양인민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의 암살을 시작으로, 정국을 뒤흔든 ‘신탁 방법론’을 두고 대립하던 한국민주당 수석총무 송진우, 미군정의 단독정부 추진을 지지하던 이승만의 반대편에 선 여운형, 김구를 법정에 세우며 이승만을 최대 수혜자로 만든 한국민주당 실세 장덕수, 이승만의 최대 정적 김구가 잇따라 피살됐다. 이 암살에는 모두 ‘극우 테러’ 조직인 백의사가 연루됐다. 암살범은 이북 출신의 반공 성향 20대 행동대원. ‘친일’ 경찰과 군의 고위간부가 배후로 거론됐다. 책은 현대사의 불행이 “악질 친일파가 반공을 앞세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테러를 악용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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