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2014년 4월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추도식에 참석한 콜롬비아 사람들은 종이로 노란 나비를 접어 하늘 높이 날아올렸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노란 나비 떼는 ‘마술적 상징’으로 일컬어졌지요.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마을 아라카타카에 자리잡은 가르시아 마르케스 문학관은 어릴 적 그를 맡아 키운 외조부모의 집입니다. 그 고장엔 실제로 노란 나비가 흔했답니다. ‘책과 생각’ 휴가 특집으로 실은 우석균 교수(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의 글을 보면, <백년의 고독>에 등장하는 노란 나비 떼는 상징이나 마술적인 일이었다기보다는 현실에 가깝다고 합니다.
신간 <안녕, 나의 모든 하루>(김창완 지음, 박하 펴냄)를 보고 참 반가웠습니다. ‘팬심’이 있었거니와 지은이가 16년간 매일 아침 하루를 열며 적었다는 반짝이는 글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어서였죠.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노란 리본’이란 노래를 발표했던 김창완씨는 이번 책에서도 노란 리본에 대한 글로 마지막 장을 닫았습니다. “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건 오직 마음뿐이라 오늘도 그저 마음 다해서 위로하고 또 온 마음 다해서 각오를 다집니다. 그날을 반복하지 않겠다고요.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노란 나비와 세월호의 노란 리본. 이 둘은 왠지 거리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징’이나 ‘은유’를 뛰어넘은 ‘현실’로 느껴지거든요.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타계한 날은 2014년 4월17일,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16일 벌어졌습니다. 그뿐인가요. 김숨의 소설 <한 명>이 다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곁에도, 희망과 연대를 뜻하는 노란 나비가 함께한다는 걸 기억해주시길.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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