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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부모학대로 숨진 아이들에 대한 보고서

등록 2016-05-05 20:32수정 2016-05-06 10:04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류이근·임인택·임지선·최현준·하어영 지음
시대의창·1만5000원

한국에서 아동학대는 현재진행형이다. 1~2주에 한 번꼴, 한 해 평균 37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죽어간다. <한겨레> 탐사기획팀이 지난해 5월 여섯 차례에 걸쳐 신문에 연재했던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 시리즈 보도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토대로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을 펴냈다. 책에는 2008~2014년 학대로 숨진 아이들 263명 중에서 기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한 112명에 대한 죽음의 진실,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가해자와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와 대안까지 담았다.

새벽에 자다 깨 “마이쭈 먹고 싶다”며 울던 지훈이는 아버지한테 맞아 숨을 거뒀다. 9년 동안 방에 방치된 채 죽어간 13살 민이는 사망 당시 키와 몸무게가 109㎝, 7.5㎏에 불과했다. 가해자는 친부모였다. 이처럼 확인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조사해보니, ‘계부’ ‘계모’ 아닌 친부모의 폭력에 짧은 생을 마친 아이들이 80%에 이르렀다. 대부분 잠을 자지 않아서, 대소변을 못 가려서, 고집부려서, 말을 못해서, 미워서 등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지은이들은 아이만 차에 놔두는 것만으로도 ‘방임’죄로 처벌하는 미국과 달리, 아동학대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단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민이의 사례다. 주로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폭력,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태도와 가벼운 처벌도 아동학대를 부추긴다. 지은이들은 “더 늦기 전에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복기하고, 재방 방지와 대책 마련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2000년 초 아동학대로 숨진 아홉살 소녀 빅토리아 클림비의 죽음을 계기로 400쪽이 넘는 ‘클림비 보고서’를 펴내 어른들의 반성과 성찰, 재발방지책을 이끌어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묵인과 무관심 속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인 이 책을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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