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길벗어린이 제공
아이와 거리 먼 ‘아빠 참고서’
평범한 이야기 속 은은한 미소
평범한 이야기 속 은은한 미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김영진 글·그림/길벗어린이·1만2000원 “자녀에게 그림책을 사주는 행위는 아빠의 의식에 미묘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아기에게 주는 첫 번째 그림책은 아빠에게 사 오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세계적인 어린이책 전문가인 마쓰이 다다시는 <어린이와 그림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주연을 차지하는 출산과 초기 양육기에 아빠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엄마에게 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아빠들이 아빠로서 주체성을 발휘하고 아이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아빠가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읽는 시간 속에 있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는 그런 측면에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 읽기에 딱 좋은 그림책이다. 아빠를 붕어빵처럼 닮은 아들이 갈대숲에서 아빠의 목말을 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표지 그림에는 행복감과 따뜻함이 가득하다. 국내 ‘생활 그림책’ 분야를 개척해 부모들과 어린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그림을 그려온 김영진 작가만의 독특한 화풍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주인공 그린이는 살이 쪄서 주말마다 아빠와 공원을 한 바퀴 돈다. 산책을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아빠는 “힘들면 업어주기 찬스 세 번”에 “공원 10바퀴를 돌면 선물도 사준다”고 한다. 아빠의 그럴듯한 공약에 그린이는 아빠를 따라나선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처럼 이 책에서도 아빠와 아들의 산책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친숙하다.
탄산음료수가 먹고 싶어 자판기 앞을 떠나지 않는 아이, 언덕길이 나오자 바로 업어주기 찬스를 사용하는 아들, 아들과 달리기 내기를 한 뒤 일부러 넘어져주는 아빠, 산책 중 풀을 따 칼싸움을 하는 모습,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듯 엄마 몰래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부자의 모습까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그려진다.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아이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서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 그림책의 또다른 미덕은 권위주의적인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아이에게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할 줄 아는 아빠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일 때문에 아이에게 ‘버럭쟁이’가 된 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알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표현할 줄 아는 아빠의 모습은 달라진 시대의 좋은 아빠상을 반영한다. ‘프렌디’(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지 않아도 일상에서 아이와 어떻게 대화를 하고 어떤 시간을 보내면 되는지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아빠 양육에도 도움이 되겠다. 만 4살부터.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김영진 글·그림/길벗어린이·1만2000원 “자녀에게 그림책을 사주는 행위는 아빠의 의식에 미묘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아기에게 주는 첫 번째 그림책은 아빠에게 사 오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세계적인 어린이책 전문가인 마쓰이 다다시는 <어린이와 그림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주연을 차지하는 출산과 초기 양육기에 아빠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엄마에게 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아빠들이 아빠로서 주체성을 발휘하고 아이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아빠가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읽는 시간 속에 있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는 그런 측면에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 읽기에 딱 좋은 그림책이다. 아빠를 붕어빵처럼 닮은 아들이 갈대숲에서 아빠의 목말을 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표지 그림에는 행복감과 따뜻함이 가득하다. 국내 ‘생활 그림책’ 분야를 개척해 부모들과 어린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그림을 그려온 김영진 작가만의 독특한 화풍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주인공 그린이는 살이 쪄서 주말마다 아빠와 공원을 한 바퀴 돈다. 산책을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아빠는 “힘들면 업어주기 찬스 세 번”에 “공원 10바퀴를 돌면 선물도 사준다”고 한다. 아빠의 그럴듯한 공약에 그린이는 아빠를 따라나선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처럼 이 책에서도 아빠와 아들의 산책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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