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펴냄(2004) 사월의 봄날 우리는 많이 울었다. 울음이 언제 멈출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이 찬란한 봄볕 아래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어느새 까맣게 잊을 만큼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날들이었다. 곱게 떠나보내도 그리운 법인데 어느 날 거짓말처럼 곁을 떠난 피붙이를 어찌 잊을까. 쉽게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봄 나는 울다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날아오르는 호랑이처럼>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 봄에도 역시 그의 책을 꺼냈다. <내 친구 윈딕시>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디카밀로는 슬픔을 아는 작가구나. 상처받은 사람들, 그 상처가 심장을 갉아먹어 버린 사람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구나. 슬픔은 혼자 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기에 슬픔이 우리를 찾아온다. 시간이 흐르면 슬픔은 가슴속에 자리를 잡는다. 깊이 자리한 슬픔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우리의 슬픔은 자리를 옮겨 가장 가까운 사람마저 슬프게 한다. 그렇다면 슬픔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내 친구 윈딕시> 속에 등장하는 오팔이 그 길을 찾아간다. 어느 날 오팔은 주인 없는 개 한 마리를 데려와 윈딕시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기른다. 아빠는 목사 일에 바빠 오팔에게 관심을 쏟지 못한다. 게다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친구도 없다. 그래서인지 엄마 생각이 더 난다. 윈딕시를 씻기며 오팔은 속에 있던 이런 말들을 조잘거렸다. 그러자 윈딕시가 ‘그러지 말고 아빠에게 엄마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라’고 하는 듯 오팔을 쳐다본다. 용기를 낸 오팔은 엄마에 관한 열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해 여름 오팔은 윈딕시와 함께 다녔다. 윈딕시가 웃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반했고, 윈딕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었고, 오팔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되었다. 오티스 아저씨가 왜 감옥에 가게 되었는지, 엄마 아빠랑 손잡고 주일마다 교회에 오는 아만다가 실은 동생을 잃고 슬퍼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동네에 있는 낡은 도서관을 관리하는 프래니 할머니에게 곰을 만난 이야기도 듣고 슬픈 맛이 나는 사탕도 얻었다. 혼자 사는 글로리아 할머니에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어드리기도 했다. 동화 속에는 프래니 할머니의 조부가 만들었다는 사탕이 나온다. 마음속에 슬픔이 있는 사람들은 이 사탕의 슬픈 맛을 바로 알아차린다. 그 사탕처럼 이 책 역시 슬픔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슬픔에게 귀를 기울여주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럴 때라도 슬픔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나 스스로 들을 수 있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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